1심 "검찰 증거만으로는 업무상 과실 인정하기에 부족"2심 "지침에 없는 주의의무 위반… 형사 책임 신중해야"이재민들 반응 엇갈려…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 ▲ 2019년 4월4일 오후 11시46분께 강원 속초시 속초IC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장천마을 일대로 번지고 있다. ⓒ뉴시스
    ▲ 2019년 4월4일 오후 11시46분께 강원 속초시 속초IC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장천마을 일대로 번지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정부 당시인 2019년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해 강원도 고성 산불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전력공사 소속 전·현직 직원들이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18일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상실화, 업무상과실치상,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전 전·현직 직원 7명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2019년 4월4일 발생한 고성 산불은 산림 1260㏊를 소실시키고 899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낳았다. 주민 2명이 상해를 입기도 했다.

    검찰은 한전 속초지사 직원들이 도로변에 설치된 전신주 하자를 방치해 끊어진 전선에서 발생한 불티가 산불로 이어졌다며 직원 7명을 기소했다.

    1심은 전·현직 직원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거나 그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한전의 지침이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뿐인 직원들에게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주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직원들에게 주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책임을 물으려면 같은 업무·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인의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당연히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조차도 이 사건 전선의 꺾임 현상이 하자인지 여부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의 무죄 판단에 이재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운용 산불이재민연합주택위원장은 "한전의 과실로 산불이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이재민들의 피해만 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한 대표는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고 하면, 국가가 아무리 발전하고 인권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용납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소심 무죄 판결 당시에도 이재민단체들은 "하자는 인정되는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답답한 반응을 보였다.

    노장현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앞으로 기관의 과실이든, 개인의 과실이든, 이런 불행한 일이 없도록 예방하고 한전도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