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측 휴전 결의안에 '하마스' 관련 내용 빠져러·중 등 5개국 찬성, 미·영·프·일 4개국이 반대 러시아 "서방의 이기주의 때문에 결의안 채택 안 돼" 갈등 끝에 빈손회의… 브라질 결의안으로 추후 논의
  • ▲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모습. ⓒ연합뉴스
    ▲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모습.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러시아의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당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이 러시아가 제안한 결의안에 '하마스 규탄' 내용이 빠졌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유엔 안보리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투표에서는 러시아와 우방국인 중국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모잠비크·가봉 등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은 반대에 투표했다. 결국 결의안은 찬성 5표, 반대 4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결의안이 안보리를 통과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 판정뿐 아니라 찬성이 5표에 그치며 통과하지 못했다.

    러시아 측은 결의안이 부결되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서방국가들의 이기적 의도로 인해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했다"며 "유엔 안보리는 다시 한번 서방국가들의 욕심 때문에 볼모가 됐다"고 힐난했다.

    이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는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무고한 민간인을 잔인하게 희생시키는 테러리스트 집단을 옹호하고 있다"며 "이러한 러시아의 행태는 터무니없고 위선적이며 변명할 여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유엔대표부 대사도 "우리는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비난하지 않는 결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며 미국대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표 역시 "러시아의 결의안 초안에는 몇 가지 필수 요소가 부족하다"며 "안보리는 브라질이 제안한 초안으로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규탄하고 가자지구 내 민간인 보호 및 인도주의적 지원 보장에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대사와 팔레스타인대사도 이해당사국으로 참석해 설전을 벌였다.

    리야드 만수르 팔레스타인대사는 "민간인은 보호돼야 하며 이스라엘은 사람들을 강제 이동 조치와 죽음 가운데 선택하도록 강요하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만수르 대사는 "팔레스타인은 세계의 버림을 받고 부당한 지배하에 있다. 우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길라드 에르단 이스라엘대사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그럼에도 유엔의 팔레스타인대사가 하마스를 앞세운 가자지구를 대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에르단 대사는 그러면서 "유엔은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잿더미에서 세워졌다. 또다시 대량학살이 벌어진 지금이 유엔 안보리의 정당성을 바로잡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국 유엔 안보리는 하마스 공격에 따른 규탄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과 관련한 어떤 견해도 내놓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유엔 안보리는 '하마스 규탄'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전쟁 일시 중단'이 담겨 있는 브라질 결의안 초안을 놓고 17일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