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철거된 광화문 월대… 100년 만에 복원2018년 현판 교체 발표… 5년 만에 고증 거쳐 공개서수상 조각상 2점, 삼성이 기증… 이건희 회장이 수집
  •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월대가 100년 만에 복원되고, 현판이 역사 고증을 거쳐 바뀌면서 광화문의 완전한 모습이 드러났다. 바뀐 월대와 현판을 공개한 기념행사 다음날인 16일 광화문을 찾았다. 시민들은 오전부터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광화문을 둘러보고 있었다.

    조선왕조의 정궁(正宮)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길이 48.7m에 달하는 월대와 검은색 바탕에 금빛 글씨로 쓰인 현판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월대와 함께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쓴 기존 현판 대신 치밀한 고증 끝에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현판이 걸렸다.

    이구홍(81·남) 씨는 "사무실이 이 근방이라 자주 지나다닌다. 처음에는 무엇을 공사하나 했다"면서 "막상 와보니 광화문에는 관광객도 많이 오는데 조선왕조의 권위와 무게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역사 고증을 통해 현판을 검은 바탕에 황금색 글씨로 뒀다고 들었다"며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겉보기에 밝고 광화문과 잘 어울린다"고 언급했다. 

    이씨는 이어 "도쿄나 베이징에 가면 무게감 있는 역사문물들이 많은데 광화문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에 걸맞게 바뀌어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날씨가 맑아서인지 새롭게 만들어진 광화문 일대를 구경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가족과 단체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저마다 월대와 현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새로워진 광화문의 현장을 기념했다. '우와'라는 감탄사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는 60대 여성은 "새로운 광화문의 모습에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며 "(문화재청이) 시민들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을 고증해 공개했다고 하니 더욱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이어 "한국사람 못지않게 외국사람들도 광화문에 많이 온다. 외국인들이 더 아름다워진 광화문을 보고 느끼고 가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한 장희송(31·남) 씨는 "현판이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로 돼서 예뻐 보인다"면서도 "예전에 현판 하면 떠오르던 느낌과는 달라서 이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장씨는 "그래도 아이와 함께 서울을 방문한 것은 처음인데 아름다운 광화문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며 "이곳은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인데 더 깔끔해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 ▲ 삼성 유가족이 기증한 서수상. ⓒ임준환 기자
    ▲ 삼성 유가족이 기증한 서수상. ⓒ임준환 기자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광화문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광화문 월대는 일제감정기였던 1923년 조선총독부가 전차 선로를 놓으면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광화문 월대는 조선 고종 연간인 1866년 조성됐다. '경복궁 영건일기'와 1890년대 이후 사진자료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는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한 기단석과 계단석 그리고 난간석을 둘렀다. 월대 전체 규모는 남북 길이 48.7m, 동서 폭 29.7m이고 광화문 중앙 문과 이어지는 어도(御道) 너비는 약 7m로 밝혀졌다.

    아울러 어도 앞부분 끝에는 신비로운 동물을 조각한 서수상 2점이 있다. 이 서수상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한 작품으로, 삼성가에서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판은 2010년 광화문 복원 기념식에서 공개됐지만 석 달 만에 갈라지면서 재교체됐다. 이후 배경색과 글씨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소장 광화문 사진(1893년 무렵)과 일본 와세다대에서 발견된 경복궁 중건 공사 기록인 '경복궁 영건일기' 등을 근거로 기존 현판의 색상 고증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2018년 '경복궁 영건일기'를 판독한 결과 "광화문 현판은 흑질금자(黑質金字·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라는 기록이 나오며 문화재청은 그 해 현판을 전면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5년간 글자 크기와 단청 등을 정밀 고증하면서 나무의 내구성 강화를 위한 건조 작업을 해왔다. 5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된 현판의 글씨체는 경복궁 중건 당시의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를 겸한 임태영의 한자 해서체를 따랐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15일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에서 "2006년 '광화문 제 모습 찾기'를 시작으로 추진된 현판과 월대의 복원이 마무리됐음을 알린다. 완성된 새 모습을 국민께 선보이게 됐다"며 "임금이 백성과 직접 소통하던 역사적 가치를 계승해 광화문이 대한민국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승재 문화재위원회 궁능분과위원장은 "월대 복원은 그동안 단절됐던 광화문과 육조거리를 연결한 것"이라며 "한양 도성의 중심축을 회복하고 옛 모습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15일 문화재청은 경복궁 광화문 앞 광장에서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5시 광화문과 관련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광화문답'에 이어,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본행사에서는 광화문 완성의 의미를 되살리는 '광화등' 점등식이 이어지며 월대와 현판이 공개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을 비롯해 사전 신청한 국민 500명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