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 "공직 기강 해이 사례 만연"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 해외 출장서 1박 260만원 스위트룸서 숙박산자부 사무관, 무차별적 법카 사용… 간식용 빵값·기념품 구매 등남부발전 직원들, 내부정부 이용해 사택 저가 매입… 차익 얻으려다 적발
  • ▲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외 출장에서 회삿돈으로 1박에 260만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숙박비 상한액 95만원의 2.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감사원이 10일 공개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임원과 고위 간부의 국외 출장 시 숙박비를 무제한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여비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빌미로 가스공사 임원 및 고위 간부들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외 출장을 총 53차례 다녀오면서, 비슷한 직급의 공무원이 여비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7623만원을 더 받았다.

    특히 채 전 사장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으로 3박5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채 전 사장은 3박 모두 5성급 호텔인 '샹그릴라 더 샤드'에서 머물렀는데 해당 호텔의 1박 가격은 스위트룸 기준 260만원이었다. 또 채 전 시장은 해외에서 총 74일을 묵으면서 숙박비로 하루 평균 87만원을 사용했다. 그는 고급 호텔에 묵은 것과 관련한 감사원의 소명 요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가스공사에 임직원들이 국외 출장 숙박비를 방만하게 쓰지 못하도록 여비 규정을 고치라고 통보했다.

    산자부 사무관 갑질 정황 드러나… 897차례 법카 무단 사용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5급 사무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에게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897차례에 걸쳐 자기 식사비 등 업무와 무관한 비용 3800만원을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대신 결제하게 했다. 가족과 먹을 한우를 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간식용 빵값이나 텀블러 등 기념품 구매 비용도 법인카드로 충당하는 식이었다. 

    아울러 이 사무관은 난방공사 직원들에게 △자기 출장에서 운전기사 노릇 시키기 △음식물을 사서 자기 집으로 가져오게 하기 △경기도 성남에서 근무 중인 직원을 강원도 삼척까지 불러 식사비 대신 내게 하기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 이 사무관의 상관인 과장도 난방공사 직원들에게 부서 회식비 1200만원을 대신 결제시켰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해당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함과 동시에 산자부에서 파면시키고, 그의 상관인 과장은 정직시키라고 요청했다.
  • ▲ 감사원 전경. ⓒ정상윤 기자
    ▲ 감사원 전경. ⓒ정상윤 기자
    사택 활용 '알박기 투자'한 남부발전 직원들… 수십 억원 차익 노려

    사택 매각 업무 담당자가 포함된 한국남부발전 직원 15명은 회사가 보유한 공동사택(45억원에 매입 제안 받음)을 이사회 심의 의결 없이 최초 낙찰 예정가의 53% 수준인 저가에 매입했다. 

    사택 매각 담당자 A씨는 지분 매입에 관심을 보이던 남부발전 직원 B씨에게 입찰자가 없다는 정보를 흘렸고, B씨는 2014년 10월 단독으로 입찰해 거의 반값인 23억7000만원에 사택 지분을 낙찰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B씨는 남부발전 전·현직 직원 12명과 외부 투자자 3명을 통해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이들 중엔 B씨에게 정보를 흘린 A씨뿐 아니라 사택 매각 승인권자를 비롯해 관련 사정을 잘 아는 남부발전 고위관계자도 다수 포함됐다. 내부 정보를 빼돌린 전형적인 알박기 투자라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2020년 9월 B씨는 동서발전에 "사택 지분을 100억원에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법원에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1심에서 승소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이들은 보유 지분을 경매에 넘겨 대금을 받을 수 있다"며 "자금을 댄 직원들에게 최소 수십억원의 차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감사원은 관련 거래를 주도한 남부발전 직원 등 관련자 3명을 배임 혐의로 대검에 수사 요청했다.

    공공기관 '방만 경영' 사례도 잇따라… 규정 어기고 '투잡' 뛰기도

    LH는 입학생이 정원의 30%에 불과한 사내 대학인 'LH토지주택대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원 대부분을 자사 퇴직자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LH가 고위직 직원을 사내 대학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인사도 '편법'으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자원공사는 업무공간이 실제보다 좁게 조사한 후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573억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짓기도 했다. 또 한국농어촌공사는 필요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약 77억원을 들여 노트북 5690대를 사들인 뒤 3급 이하 전 직원에게 무상지급했다. 농어촌공사는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을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했으나, 감사원은 "전 직원에게 노트북을 굳이 지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지적했다. 감사원은 "갑질, 부당 겸직, 근무지 무단이탈 등 후진적인 공직 기강 해이 사례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공기업 직원이 겸직 규정을 어기고 '투잡'을 뛴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2020~2021년 주요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 65명은 부당 영리 행위로 총 24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 직원의 경우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경영하면서 수억원 대 매출을 올렸다. 또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은 다단계 판매 사업을 했으며, 직접 배달과 대리운전 등 부업을 한 경우도 적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4개 기관에선 직원 8명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한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