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녹취록 원본 공개…'짜깁기' 정황증거 포착MBC노조 "조씨가 만난 검사‥ 尹 아닌 박OO 검사"자언련 "가짜뉴스 확산시킨 언론·포털이 공동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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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수와 윤석열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육성파일을 공개한 뉴스타파 보도 화면. ⓒ뉴스타파 공식홈페이지
    지난 대통령선거 3일 전, 뉴스타파가 단독보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인터뷰가 편집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이롭도록 짜깁기 된 허위보도였다는 정황증거가 드러나 정계와 언론계가 충격에 빠졌다.

    당초 뉴스타파를 비롯해 해당 인터뷰를 인용한 다수 언론은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정작 뉴스타파가 공개한 72분 분량의 녹음파일 원본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오히려 조우형 씨가 대검중수부에 들어가 만난 검사는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OO 검사였다는 사실과, 조씨가 검사가 아닌 검찰 직원이 타준 커피를 마시지도 못하고 나왔다는 팩트가 밝혀진 것이다.

    '박OO 검사가 수사 봐줬다'는 발언 누락


    최초 보도에서 뉴스타파는 신학림 전 위원장이 "누가? 박OO 검사가?"라고 묻자, 김씨가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라고 답했고, 이에 신 전 위원장이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라고 재차 묻자, 김씨가 "응. 박OO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이게 박영수가, 박영수가 그러면 윤석열이하고 통했던 거야?"라는 신 전 위원장의 질문에 김씨가 "(박영수가)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라고 답했고,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라는 추가 질문에 김씨가 통했지. 봐줬지"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문맥상 윤석열 당시 중수부 검사가 해당 수사를 무마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공개한 원본에는 전혀 다른 사실이 숨어 있었다.

    녹취록 원본을 살펴보면, 신 전 위원장이 "박영수 변호사가, 그 조우형한테 박영수를 소개해 주니까,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가지고 박OO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라고 묻자, 김씨가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라고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어 김씨는 "(조우형이) 박OO 검사를 만났는데. 박OO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라고 부연한다.

    실제 대화에서는 김씨가 '박OO 검사가 수사를 봐줬다'고 분명히 언급했지만, 뉴스타파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OO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이라는 대목을 누락하면서 결과적으로 당시 윤석열 검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고문료' 언급됐는데 "금전거래 몰랐다"는 뉴스타파


    또한 허위 인터뷰 논란이 일자 뉴스타파가 김씨와 신 전 위원장 간의 금전거래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이 마저도 거짓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주말 뉴스타파의 녹취록 원본을 분석한 성명에서 "녹취록 전문만 확인했더라도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을 고문으로 삼아 '고문료'를 주려 했던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윤석열 후보와 조우형 씨와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인터뷰를 보도한 뉴스타파와 이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한 복수의 언론을 질타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뉴스타파가 공개한 원본 파일에는 아래와 같은 김씨의 발언이 나온다.

    "내가 뭐라고 했냐면, 아니 그 형 내가 아는데 그 형은 경제적으로 재주가 없고 누구한테 삥 뜯지도 못하는 형이라 지금 되게 힘들 텐데 내가 해 줘야 되는데, 아 참 그 형… (중략) …그래서 그냥 우리 이거 좀 잠잠해지면 고문료나 많이 가져가서 형 편하게 살어. 고문. 부정한 회사 아니야. 알았지?"

    MBC노조는 "이 녹취록을 보면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는데, 신 전 위원장을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세우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대장동 비리를 건전한 사업으로 포장하기 위해 고문으로 내세워 활용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MBC노조는 "결정적으로 MBC 등이 대선 직전 보도한 '윤석열 커피 제공' 부분과 관련, 녹취 전문에서는 전혀 다른 대화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결국 뉴스타파가 고의로 짜깁기 편집을 해 대선 유력 후보인 윤석열 후보에게 흠집내기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 전파‥ 민주당·이재명 캠프와의 교감 여부 밝혀야"


    당시 지상파 뉴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이 대선 이틀 전, 팩트여부가 불확실한 뉴스타파의 인터뷰를 일제히 인용보도한 것을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고, 이 같은 보도 행태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캠프, 그리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하 '자언련', 공동대표 김주성·김태훈·이준용·이철영)은 지난 9일 배포한 성명에서 "김만배 씨는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장동 의혹'을 윤석열 후보에게 넘겨씌울 목적으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윤석열 검사가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의 허위 인터뷰를 했다"며 "그후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 6일 이 거짓 인터뷰 녹취를 신 전 위원장이 전문위원으로 있는 뉴스타파가 공개하자, 경향신문·전라일보·한겨레 등이 받아썼고, KBS·MBC·JTBC·YTN 등이 집중보도하면서 민주당의 의혹 제기 공세가 이어졌다"고 과거 사실을 되짚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보도가 그 진위를 밝힐 수 없도록 대선 3일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선 개입 의도'가 있었음을 의심하고 있다"고 밝힌 자언련은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인 조우형 씨가 당시 JT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사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음에도, 이 사실이 기사에 반영되지 않은 점이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자언련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7월 검찰조사에서 "2021년 10월부터 JTBC·경향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 없고 누군지 알지도 못했다'고 밝혔지만 내 입장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조씨는 "JTBC 기자에게 30분 넘게 '대장동 대출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대검 중수부가 나를 수사한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JTBC 기자도 '알았다' '이해했다'고 해놓고 그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가짜뉴스 유통한 포털도 책임져야"

    자언련은 "결국 복수의 언론이 녹취록을 고의로 짜깁기 편집해 윤석열 후보 흠집내기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1년 9월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 중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김씨가 "이재명은 관련이 없다고 언론에 얘기하라" "대장동에서 이재명을 지우라" 등의 지시를 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자언련은 "실제로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는 2021년 9월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을 모른다'고 밝혔고, 5일 뒤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며 "'대장동 의혹'의 전모는 물론, 민주당과 이재명 캠프와의 교감·공모 여부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언련은 "당시 뉴스타파 보도 직후 민주당과 이재명 캠프는 해당 보도를 널리 알려달라고 독려했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해 3월 7일 기준으로 이 음성파일 보도를 하지 않은 채널A와 TV조선을 비난하는 조사결과를 뿌려 이 내용을 미디어스·오마이뉴스를 통해 3월 7일과 8일 보도하게 했다"며 "언론단체가 언론사들에 대선후보와 관련된 가짜뉴스 보도를 압박하는 행위는 대선조작 선거운동을 한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규탄했다.

    자언련은 "가짜뉴스 문제는 가짜뉴스를 만드는 뉴스타파 같은 매체와 KBS나 MBC 등 공영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이를 유통한 포털에도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언론 매체들의 핵심 연결고리로서 가짜뉴스 전파의 동맥이 된 네이버의 책임이 크다"며 "네이버는 광우병 괴담 때도 언론사의 뉴스를 실을 뿐이라며 방치했고, 문재인 정권의 드루킹 댓글 조작의 주무대이기도 했다"고 지적한 자언련은 "이번에 대장동 의혹 사태를 초래한 뉴스타파와 제휴한 것도 네이버"라고 꼬집었다.

    자언련은 "어느 언론사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포털의 사회적 책임 회피는 뉴스 유통 방식 개선 요구가 나올 때마다 '포털 규제는 언론 장악'이라며 반대하는 민주당과 좌파시민단체들의 비호 아래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현실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괴담 소동과 선거공작이 근절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