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 "의원 개별외교활동… 국회의장 결재 받아 공문 발송"외교부에 협조공문 발송한 근거 규정상 '공무' 아닌데 공문 발송외교부, 국회사무처 협조공문 받고 입국수속·차량지원 등 의전 제공윤미향 후임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도 '조총련 행사' 참석
  • ▲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 등에 관련한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 등에 관련한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반국가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행사에 참석하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게 주일 한국대사관이 의전을 제공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친북(親北) 단체 행사 참석이라는 의원의 '개별활동'에 혈세(血稅)가 쓰이도록 방치한 국회사무처와 외교부를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회사무처(사무처장 이광재)의 협조공문을 받은 주일 한국대사관은 지난 1일 조총련이 주최한 관동(關東·간토) 대지진 10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윤 의원에게 입국수속과 공항~숙소간 차량 지원 등 의전을 제공했다.

    4일 채널A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윤 의원이 요청한 공문에 '조총련 주최' 언급이 없었다" "윤 의원이 참석한 행사가 조총련 주최 행사라는 것을 몰랐다"며 "윤 의원 측이 요청한 것을 그대로 주일 한국대사관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주무과라고 할 수 있는 국회사무처 아시아태평양과 관계자는 뉴데일리가 해당 공문발송에 대한 근거규정을 묻자 "기자들 문의는 별도로 받고 있지 않다. 공보실에 문의해 달라"며 답변을 피했다.

    국회사무처 공보실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윤 의원이 참석한 조총련 행사는 국회의원의 '개별 외교활동'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의원 개별 외교활동에 대한 지원계획안'을 국회의장(현 김진표 의장)의 내부 결재를 받아 지원하고 있다. 외교부에는 '국회의원 공무국외여행시 재외공관 업무협조지침'(외교부 예규 제209조)에 근거해 협조요청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총련 주최 행사인지도 모르고 계획안을 결재했느냐'고 묻자 "정확한 내막이나 경위까지는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같은 날 "국회사무처 공문에는 조총련 관련 행사라고 명기돼 있지 않았다"며 "국회사무처는 공문을 통해 윤 의원의 일본 방문 관련 협조를 요청해왔으며, 요청 범위 내에서 공항 출영에 한해 협조한 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 공무국외여행시 재외공관 업무협조지침'(외교부 예규 제209호)은 국회의원의 공무국외여행을 ▲국제회의참석 ▲특별사절로서 임무수행 ▲국제기구, 방문국 정부·의회 공식 초청 ▲의원외교단체의 상대국 방문 ▲국회 상임위 소관 해외 시찰 ▲그밖에 국회의장이 인정하는 해외활동 ▲외교부 장관 요청으로 실시하는 의원외교 활동이라고 규정한다. 국회사무처가 인정했듯이,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개별 의원활동이다.

    이와 관련해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을 지휘통제하는 곳이 아니므로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는 개별행사에 가라, 가지 말라고 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국회사무처는 공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지 의원 개인의 심부름을 하는 곳이 아니다. 국가기관은 국가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공인의 공무에 한해 외교부에 협조요청을 할 권한이 생기는 것이지, 의원의 개인일정에 대해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월권'(越權)이다"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회의 공식적인 요청을 대사관이 거절할 수가 없다. 국회 요청에 따랐다고 대사관을 탓하기는 어렵다"며 국회사무처의 '직무태만'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대의를 대변하는, 국민의 공복 중에서도 공복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세금을 쓰는데 그 내용도 검토하지 않고 얼렁뚱땅 처리하는 나라가 OECD 국가 중에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예를 들어 국회의 카운터파트인 일본 의회를 방문하거나 일본 의원과 협의하기 위해 일본에 방문하는 것은 공무에 해당하니 재외공관이 의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재외공관을 사적인 용무에 활용해선 안 된다. 이런 개별 활동을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로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공무국외여행시 재외공관 업무협조지침'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9명이나 되는 것도 문제다. 국회의원이 그 많은 세금만 낭비하면서 국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반국가단체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라며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에 반대하는 것도 중국과 북한, 우리 야당밖에 더 있는가. 제1야당 대표가 단식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윤 의원의 후임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덕우 조총련 도쿄본부위원장은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 도당"이라고 지칭했다는 이날 추도사에는 2020년 북한으로부터 '노력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1급을 받은 허종만 의장, 박구호 제1부의장 등 조총련 지도부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