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형물만 없애고 터는 유지… 대체 작품 설치할 것"정의연 "조형물 일방적 철거, 위안부 역사 지우는 격" 반발임옥상, 법원에 항소장 제출… 검찰도 양형 부당 이유로 맞대응
  • ▲ 정의기억연대와 여성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원로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 '대지의 눈'에 보라색 천을 덮어놨다. ⓒ진선우 기자
    ▲ 정의기억연대와 여성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원로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 '대지의 눈'에 보라색 천을 덮어놨다. ⓒ진선우 기자
    서울시가 4일 중구 남산 등 서울시내 5곳에 조성된 '기억의 터'에 있는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을 계획대로 철거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기억의 터 조형물 철거 관련 입장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의 공간에 성추행 선고를 받은 임옥상씨의 작품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은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서에도 반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임씨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고, 위원회가 주장하는 '조형물에 표기된 작가 이름만 삭제하자'는 의견은 24%에 불과하다며 철거를 예정대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의연과 추진위는) 편향적인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작품 철거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 ▲ 정의기억연대와 여성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원로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 '세상의 배꼽'에 보라색 천을 덮어놨다. ⓒ진선우 기자
    ▲ 정의기억연대와 여성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원로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의 조형물 '세상의 배꼽'에 보라색 천을 덮어놨다. ⓒ진선우 기자
    임씨는 과거 부하직원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피해자는 임씨가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직원이자 미술계 후배인 A씨였다. A씨는 지난 6월 강제추행 공소시효(10년)를 두 달 남기고 임씨를 고소했다. 이에 시는 시립 시설 내에 설치된 임씨의 작품 5점을 전부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는 지난달 31일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화백의 작품을 서울시가 철거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 정의기억연대와 여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일본군 위안부 추모 공간 '기억의 터'에서 관계자들이 서울시의 임옥상 작가 조형물 철거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 정의기억연대와 여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일본군 위안부 추모 공간 '기억의 터'에서 관계자들이 서울시의 임옥상 작가 조형물 철거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정의연 "기억의 터, 임옥상 개인 작품 아냐… 위안부 역사 지켜야"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계자들은 이날 기억의 터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시의 기억의 터 철거 결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시위 참가자들은 약 50m 길이의 보라색 천으로 기억의 터 외곽을 먼저 둘러쌌다. 이어 임씨의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등 두 점을 보라색 천으로 뒤덮고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기억의 터 철거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억의 터 기습 철거 즉각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보라색 천의 의미는 여성운동과 평화인권의 상징으로, 논의와 토론을 통해 더 좋은 해법을 찾아가자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정의연 관계자는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조형물은 제작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추진위원과 여성 작가들 및 모금에 참여한 1만9054명의 시민이 만들어낸 집단 창작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작품 초안에 임옥상씨가 참석한 것 맞지만, 공적 기록물로서 (임옥상씨) 한 사람의 작품으로 봐선 안 된다"며 "작품엔 위안부 할머니가 그린 그림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울시와 공론의 장을 만들어 기억의 터를 철거할지 말지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서울시가 묵살했다"고 주장하며 "여성들의 인권이 짓밣히는 현장을 기억해달라, 일본군의 위안부 역사는 지워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중구 남산의 일본군 위안부 추모 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씨의 작품 2개를 이르면 오늘 밤 늦게 철거할 예정이다.
  • ▲ 원로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 ⓒ연합뉴스
    ▲ 원로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 ⓒ연합뉴스
    '성추행 혐의' 임옥상 "1심 형량 과도해"… 재판부에 항소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원로 민중미술가 임옥상(73)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형량이 과도하다며 항소했다. 검찰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며 맞대응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임옥상씨의 변호인은 지난달 24일 양형 부당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임씨는 지난달 17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수강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당시 1심을 선고한 하진우 형사22단독 판사는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면 자백이 뒷받침된다"며 "임씨와 피해자의 관계와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임씨는 최후 진술에서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임씨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에도 죗값이 무겁다며 항소한 것이다. 형법상 강제 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중죄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