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예산 삭감 대신 미래산업 투자… 민주, '미래 포기 선언' 주장'벤처 신화' 안철수 "새 연구비 지급 시스템 만들어야 예산 카르텔 사라져"
  •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종현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종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이라고 지목한 연구개발(R&D)비 나눠먹기·갈라먹기를 지난 20년간 정부가 키운 '기형적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정부가 R&D 예산 구조조정에 나선 지금이 새로운 연구 환경을 만들 적기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R&D 예산 삭감 대신 미래형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정부 정책 발표를 두고 "시대에 역행"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반박이다.

    안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 투자 비중은 4.95%(2021년 기준)로 세계 2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D의 질적 성과가 낮고 기초연구 성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정부의 연구비 예산 삭감과 구조조정을 보면서 연구자와 연구기관은 모든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한다"고 전한 안 의원은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나눠먹기·갈라먹기 카르텔이라고 비판한 연구비 문제의 핵심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가 운영해온 PBS(Project based system) 제도, 즉 연구과제중심제도"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연구자들은 낮은 출연금 비율과 높은 외부 과제 수주 비율 때문에 연구 비용 확보를 위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며 "인건비와 기관 운영비 확보를 위해 기관의 임무 또는 개인의 연구 분야와 관련이 적은 다수의 과제를 수주해야 하고, 이는 연구 생산성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전체 R&D 예산(25조9000억원)을 올해(31조1000억원)에 비해 무려 16.6%(5조2000억원) 깎았다. 윤 대통령이 R&D 예산을 '이권 카르텔'이 많은 분야로 지목하면서 투자 방식의 전환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예산을 대폭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형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이 아닌, 그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에 무분별하게 지원했던 예산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미래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0일 브리핑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지금 세계는 R&D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세계 질서와 삶의 형태 자체가 요동치는 특이점 속에서 R&D 예산 삭감은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만든 경험이 있는 안 의원은 정부의 R&D 예산 조정이 새로운 연구 환경을 만들 적기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정부 R&D 비용 구조조정을 시작하려는 지금이야말로 연구과제중심제도 대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어줄 새로운 연구비 재원 지급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그래야 나눠먹기·갈라먹기 카르텔이 사라지고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물이 대한민국에서 우리 손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연구과제중심제도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분야 연구과제의 성공률은 99%에 달한다"며 "R&D 기획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성공 확률은 낮더라도 성공하면 노벨상 후보에 오를 수도 있는 담대한 프로젝트에 도전하지 못하고, 이미 결과가 뻔한 연구만 하는 R&D 생태계로 변질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나눠먹기식·갈라먹기식 카르텔이라고 비판받는 과학기술 연구비는, 사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의 제도적 환경이 만든 기형적 산물"이라며 개혁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