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바로잡지 않아 직무태만‥ 이사장 자격 없어"
  • ▲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가운데). ⓒ연합뉴스
    ▲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가운데). ⓒ연합뉴스
    최근 MBC 관리·감독 해태(懈怠) 혐의로 해임된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이사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낸 것을 두고 "권태선 전 이사장은 마치 방송장악의 피해자인 양 요란스러운 코스프레를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직무 태만에 대해 MBC의 진짜 주인인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는 쓴소리가 방문진 내부에서 불거졌다.

    방문진 여권 이사 4명(김도인·김성근·지성우·차기환)은 30일 배포한 성명에서 "권태선 전 이사장 체제의 방문진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했다"며 "경영진의 잘못을 덮는 등 공영방송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권 전 이사장의 해임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1988년 12월 31일 KBS가 보유했던 MBC 주식 70%를 정부로부터 양도받아 설립됐다"며 "MBC를 '국민의 방송'이라고 부르는 것도 MBC 지분의 70%가 정부, 즉 국가로부터 왔기 때문"이라고 방문진의 설립 배경을 되짚은 이들은 "그렇기에 MBC의 '진짜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MBC가 제대로 경영되고 있는지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렇듯 방송문화진흥회는 유능하고 정직한 MBC 사장 및 임원진을 선임하고 그 경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을 방송에 관한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다양한 출신 배경으로 선임하는 이유도,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경영진과 유착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태선 전 이사장 체제의 방송문화진흥회는 2023년 2월 사장 공모 절차에서 비리 제보가 있었던 안형준 후보에 대한 검증을 태만히 했고, 후보지원서에 영업이익을 부풀려 기재한 박성제 후보의 위법사유에 눈을 감았다"며 권 전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이 본연의 의무를 해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경영진의 중대한 과실과 비리에 대해 눈감아준다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업무상 배임죄의 소지까지 의심해볼 수 있다"며 그동안 MBC 경영진이 부실한 경영으로 거액의 투자손실을 반복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이들은 "MBC는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 시절, 여의도 사옥을 매각한 자금 5000억원을 잘못 운용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우선 미국 라스베가스 리조트 사업에 잘못 투자했다가 100억원이 넘는 돈을 결손 처리했고, 증권사의 불완전판매로 최소한 수십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함에도 그 책임자는 징계를 받지 않고 승진해 임기를 마쳐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대구의 아파트 분양률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부동산 PF 상품, 독일의 부동산 PF 등에 투자한 것이 잘못돼 수백억원의 추가손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여기에는 관련 임·직원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의심된다"고 추정한 이들은 "하지만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런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회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MBC Art가 인건비 때문에 만성 영업적자에 시달리다가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통해 인건비 구조를 바꾸겠다며 2019년 MBC 본사로부터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지만, 노조위원장 출신인 후임 MBC Art 사장은 이사회의 결의도 없이 노사합의로 임금 피크제를 폐지하는가 하면, 연봉제를 호봉제로 변경하는 등 방만한 임금정책을 도입해 다시 적자의 늪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방송문화진흥회는 아무런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MBC 플러스가 벌인 스매쉬 파크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건으로 사업계약을 했다가 수십억원을 눈뜨고 떼이는 등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계약들을 연속체결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행위는 업무상 배임 의혹 제기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방송문화진흥회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권태선 이사장 체제의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경영진의 잘못을 덮어주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인지, MBC의 이상한 계약체결 행태는 최근까지도 계속됐다"며 MBC가 지난해 11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MLB 월드투어' 중계권료 30억원을 9월 말에 잔금까지 다 치렀다가, 대회 개최가 무산되는 바람에 중계권료를 회수하지 못한 사례도 거론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실패에 따른 책임 추궁이 없다는 점"이라며 "MBC는 진행 중인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미뤄왔고,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런 MBC의 행태를 수수방관해왔다"고 지적한 이들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러한 관리·감독 해태 행위는 '국민의 재산'인 MBC 주식 70%의 관리를 맡긴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