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부당전보·인권침해' 사례 듣고도 방치""法, 권 전 이사장 '경영진 비호' 확인 후 엄단해야"
  • ▲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좌)과 오정환 MBC노동조합 위원장. ⓒ뉴데일리
    ▲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좌)과 오정환 MBC노동조합 위원장. ⓒ뉴데일리
    최근 MBC 관리·감독 해태(懈怠) 혐의로 해임된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재임 기간 사내에서 벌어진 각종 '부당전보'와 '인권침해' 사례를 방문진 이사회를 통해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해 사실상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비호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 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이사해임처분 집행정지 심문기일(31일)을 앞두고 성명을 발표한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권태선 전 이사장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해달라는 MBC노동조합의 성명을 묵살하고 MBC 경영진(박성제 전 사장, 안형준 현 사장)경영진을 비호한 행위만으로도 공영방송을 감독하는 이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2020년 2월 박성제 사장 취임 이후 사내에서 자행됐던 각종 '보복성 인사조치'를 거론했다.

    "박성제 전 사장은 전임 최승호 사장의 '부당노동행위'를 이어받아 2017년 언론노조 파업에 불참했던 기자들 88명의 마이크를 빼앗고,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 리포트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상기한 MBC노조는 "메인뉴스에서 방송을 하지 못하면 사회적 파장과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오는 기획보도도, 특종보도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취재부서가 있는 취재센터에 발령을 받지 못하게 되고, 보도국 내에서 부장이나 데스크로 승진할 기회도 박탈된다"며 "결국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방송기회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고, 해당 인원들은 조직 내에서 열등한 인원으로 분류돼 직장 내 승진이나 커리어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명백한 '노동탄압' '인권탄압'이자, 공정한 방송을 볼 국민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일"이라고 단정한 MBC노조는 "뿐만 아니라 박성제 전 사장은 재임 기간 내내 이른바 '유배지'로 알려진 '뉴스데이터팀'을 존속시키면서 제3노조 소속 기자들을 이곳에 발령 내, 기자들에게 '단순 방송자료정리' 업무를 시켰다"며 "3노조가 부당노동행위 확정판결을 받아내자, 박 전 사장은 평소 자신을 반대하던 언론노조원을 뉴스데이터팀에 발령시키는 꼼수를 써서 부당노동행위를 희석시키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이같은 '부당전보'와 '인권침해' 사례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여권 추천 이사의 보고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며 지난해 7월 19~20일 작성된 이사회 속기록을 소개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9일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김도인 이사는 "제3노조가 '2017년 파업에 불참했던 80여 명이 뉴스데스크에 참여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부당노동행위로 고소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준우 보도본부장은 "그것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답변했다.

    이튿날 열린 이사회에서도 김 이사는 당시 김판영 경영본부장에게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 라디오 방송 자료정리를 시키고 있다"며 "이는 '네가 이래도 안 나가?'라는 모멸감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전략적 판단을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보직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정당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권태선 전 이사장은 이러한 인권침해 사례와 관련해 뉴스데이터팀 직원들과 면담을 하려고 했으나 면담이 거절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정환 MBC노동조합위원장은 권 전 이사장으로부터 전혀 이러한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결국 권 전 이사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 전 이사장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2년간 벌어진 수많은 부당전보와 부당노동행위를 방관하면서 방조한 인물이 권 전 이사장"이라고 비난한 MBC노조는 "그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면피하려 한다면, MBC노동조합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개했다.

    MBC노조는 "법원은 권 전 이사장의 교언영색에 속지 말고, 그의 편파적인 경영진 비호 기록들을 들여다보고 검찰이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을 왜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했는지 곰곰이 살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 31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 31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임처분집행을 정지해달라"고 호소하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MBC노동조합원들이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비호한 권 전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장 자격이 없다"며 권 전 이사장의 처신을 비판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