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담 관련, 외교안보 전문가들 제언 이어져남성욱 "3국 정상만남, 제도화해 안보시스템 구축해야"천영우 "3국 정상회의 자체가 역사적 의미… 귀한 기회"위성락 "안보 딜레마 대비해야… 북중러 경계 필요"
  •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일 동맹(1951년), 한미 동맹(1953년)이라는 동북아 안보 체제 탄생 이후 70년 만에 등장한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3국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나왔다.

    19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차장을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런 종류의 3자 정상회담을 매우 환영한다"며 "중요한 지정학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다각적 도전과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세 나라 모두의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반도 담당 부책임자를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매우 역사적이고, 한중일 관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회의의 목표는 현재까지 이뤄진 진전을 공식화하고, 더 광범위한 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브랜다이스 대학 교수는 "이번 회의가 3각 안보 협력체제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궁극적인 목표는 나토와 같은 지역 안보 조직을 갖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시기상조이므로, 다음 단계는 동맹국 중 하나가 공격을 받을 경우 일종의 협의에 대한 약속이 될 것이며 군사 훈련과 미사일 방어 등에 대한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향후 한미일 정상회의가 정례화 수준을 넘어 '동북아 안전판'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이어졌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 간 만남을 제도화하거나 원칙화함으로써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한미일 3국이 빠르게 밀접해지는 북중러 위협에 대응할 군사안보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3국은 전통적인 안보 협력을 뛰어넘어 경제 분야로 공통 관심사를 확대해 경제동맹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경제 협력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다자 회의가 아니라 한미일 정상이 별도로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 자체가 처음으로, 그 의미가 크다"면서 "절박한 필요성에도 한미일 협력은 각국 국내 정치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는데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도 "미국이 수십 년간 추구해온 한미일 공조를 체계화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못지않은 외교적 전환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3국 정상이 연 1회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한 부분과 관련, "3국 정상의 강한 의지로 관계가 제도화되면서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3국 정상이 매년 만나 군사, 외교를 포함해 반도체 공급에 이르기까지 여러 안건을 논의하는 것은 강력한 경제·안보 블록이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존 협의체들은 의제가 한정되고 운영도 불안정했다면 앞으론 이를 고위급으로 격상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3국의 협력은 강화하는 대신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해선 분명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위협에 대해 즉각 협의를 하기로 한 것을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위성락 전 대사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은 아니지만, 외부 위협을 3국이 공동 인식하고 논의한다는 것은 자체가 (회담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의 딜레마'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된 북중러의 군사 협력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외교·군사를 섞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러시아와 세(勢)를 이뤄 묵직하게 밀고 들어올 중국의 공동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