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생님들이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기관 차원에서 움직일 것"직위 해제된 특수교사 "억울하게 낙인찍힌 채 살아가고 싶지 않다"
  •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웹툰 작가 주호민(41)씨의 아들과 관련해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 해제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복직시키겠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3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웹툰 작가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 해제된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을 내일(8월1일)자로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임 교육감은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선생님들이 더 이상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교육청이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단계에서 검찰청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 해제가 되면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특수교육에 임하는 선생님들에게는 큰 상처가, 다른 특수 아동과 학부모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교육감은 "고소당한 특수교사의 선처를 바라는 학부모와 교사의 탄원서 80여장이 법원에 제출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교사도 전문직이지만 특수아동 교사는 그중에서도 더 깊은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특수 아동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이번에 피소를 당한 교사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이 겪을 수도 있는 일로 생각할 것"이라며 "앞으로 교육청은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기 전까지는 선생님들에 대한 무분별한 직위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임 교육감은 이날 열린 교감연수 특강에서도 "직분상 정당한 일을 두고 직위해제를 남발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사의) 중대한 과실이나 비리가 아니라면 학교가 대응을 하고 선생님은 교육활동을 하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 ▲ 웹툰 작가 주호민씨. ⓒ연합뉴스
    ▲ 웹툰 작가 주호민씨. ⓒ연합뉴스
    현재 주씨는 자폐 성향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무리하게 신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30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씨에게 고소당한 특수교사가 교사 A씨가 커뮤니티에 올린 탄원서 요청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A씨는 요청문에서 주씨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발생부터 자신이 고소당하기까지의 상황들을 상세히 서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5일 학생(주호민 아들)이 통학학급(특수교육대상학생이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받는 학급) 교실에서 바지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 학급 여학생이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를 고소한 학생 학부모님(주호민 부부)과 지난해 9월8일 상담을 했고 저는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는 의도로 다시 (피해) 여학생 학부모님과 전화통화 하기를 권했으나 (주호민 부부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남학생 학부모님이 사과를 우선으로 하고 여학생 학부모님의 감정을 누그러뜨린 후 이뤄져야 하는 일들인데, 여학생을 비롯한 학급 아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주호민 부부가) 오로지 본인 아이만 생각하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A씨는 "(주호민 부부가)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본인의 의견들을 카톡으로 보내왔다"고 했다. 이어 "여학생이 '학교 가기 무섭다'고 하는 등 심리적인 충격이 있는 상황에서 (주호민 부부가) 이 부분을 간과하고 무조건 '월요일부터는 통합학급에서 수업하겠다' '학교에 보내더라도 저희 반(특수학급)에 하루 종일 있는 것은 싫으니 조퇴하겠다' 등의 취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답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주호민 아들이) 통합학급에 못 들어갈 수 있다는 불안함이 들어서 녹음기를 아이에게 보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나아가 "성교육 진행에서도 학부모(주호민 부부)는 본인이 알고 있는 성교육 강사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그렇게) 2학년 학생들만 이 학생 학부모가 원하는 강사로 섭외해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저는 최대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학폭 사안이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19일 주호민 부부는 담임교사와 교장 선생님에게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됐다고 알렸고, 이틀 뒤 A씨는 경찰로부터 CCTV를 확인하겠다는 공문을 받고서야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1년 반 동안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1학년에 입학했을 때 반 친구들의 뺨을 때리는 행동이 잦아 제가 더 많이 수업해서 다른 아이들을 끌어안았다"고 했다.

    그는 "성적 호기심이 다소 높은 아이라 수시로 성교육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 및 실제 성인 모습의 인형으로 단순한 성적 호기심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성인지 발달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학생 학부모의 끊임없는 요구사항들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A씨는 "특수교사라는 사실에 한 점 부끄럼 없다"고 했다. 그는 "다시 아이들을 만나고 싶고, 그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하고 싶다"며 "이 일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시비비를 가려 억울한 죄명으로 낙인찍힌 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재 A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가 직위 해제돼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 대한 수업 결손 기간이 6일 생겼다. A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8월28일 열린다. 

    한편, 해당 논란에 대해 주호민씨는 지난 26일 밤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서 "(수업 시간)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다. 우리 아이에게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을 했으며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해 교사를 교체하기가 어려우며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만 조치가 가능하다고 해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