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여교사 극단선택에 잇따른 청원, 이틀 만에 5만 돌파"학부모 악성민원으로부터 교사 보호할 법적 장치 마련해달라"
  • ▲ 시민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시민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진보 교육으로 추락한 교권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글이 21일 연속으로 올라왔다. 

    청원에서 공통으로 나온 단어는 학부모(28번), 아동학대(19번), 민원 또는 악성민원(14번)이었다. 청원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어들이었다.

    첫 번째 올라온 청원은 '아이들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부디 교사들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이다. 청원인인 이모씨는 자신을 10년 차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교사에게 주먹질하는 아이를 잡고 못 움직이게 했다가는 고소당할 수 있다. 수업을 심하게 방해하는 학생에게 복도에 나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라 해도 아동 학대가 될 수 있다"며 "아동 학대로 비난받을까 두려워 필요한 훈육마저 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이어 "아동 학대라는 비난의 화살이 정당하다면 맞아야겠지만, 화살을 맞은 뒤에야 진위를 가려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민원과 교육 방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씨는 "민원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공정하게 평가했는데도 성적이 잘못됐다 하고, 학교 유선 전화·게시판·알림장 등 충분한 소통 수단이 있음에도 담임 개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속해 항의한다"며 도 넘는 민원 사례를 언급했다. 또 "우리 아이만 발표를 적게 시켰다고 학교로 찾아와 폭언, 막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청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이어졌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학생 폭언, 폭행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및 법 제정 청원에 관한 청원'에서 권모씨는 "교사가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권씨는 "불편함에서 촉발된 과도한 민원이 여과 없이 일선 교사에게 바로 꽂히고 학부모의 비위를 맞추느라 교사가 정상적 업무를 못 한다"며 "다수의 학생이 수업권을 박탈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동 학대가) '학부모 기분상해죄'로 불릴 만큼, 학부모·학생의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수없이 고소당하고 있으며, 그럴 때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동학대법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모씨는 '학교폭력법 개정 및 악의적인 아동학대신고로부터 교사 보호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그는 "현재 아동학대법은 신고당한 교사에게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악법이며,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의미가 모호해 교사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변질했다"며 "아동학대법을 악용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살인범도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데 아동 학대 신고당한 교사는 소명할 기회도 없이 범행을 인정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사안이 진행된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교직을 제외한 타 직렬에서는 해당 공무원이 피소당하면 기관의 장을 이름으로 소송이 진행되는데 교사만 변호사를 찾아다니고 혼자 변론을 준비한다"며 토로했다.

    21일 게시된 교권 확립에 관한 세 개의 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전국에서 수천명의 조문객들이 학교 앞으로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