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군 체면 구겼다고 좋아하겠지만… 비용 많이 들어 골치""아무 말이나 막 할까 봐 통역도 조심… 북한 여성과 결혼도 부담""그나마 영화 번역은 할 수 있었다"… 과거 다른 월북 사례 소개
  • ▲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국군 장병. ⓒ연합뉴스
    ▲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국군 장병. ⓒ연합뉴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 중이던 미군 장병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가운데,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부터 '지옥의 불시착'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서 "본인이 어떤 이유로 월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며칠 지나면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라며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던 사람이 북한에 관광객으로 들어가도 며칠이면 지나친 통제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인데 월북 미군 장병이라면 첫날부터 구금 생활이 시작되어 미칠 지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어 "문제는 그가 후회하고 돌려보내 달라고 해도 그의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평양에서 미국의 영사 업무를 하던 스웨덴 대사관도 코로나 때문에 임시 폐쇄된 상태"라며 "그의 의사를 확인하려면 중국·러시아·베트남·쿠바 등 공산권 국가 아니면 이란이나 시리아 같은 반미적인 나라 대사관을 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태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으로서도 이번 월북 사건이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열리고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이 방한한 날에 일어나 미군의 체면을 구길 수 있는 호재를 만났다고 기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군 장병을 돌려보낼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고 태 의원은 내다봤다. 태 의원은 "설사 월북 미군 장병이 돌려보내 달라고 북한에 요구해도 돌려보내 줄지 미지수"라며 "지금까지 북·중 국경을 통해 밀입북한 미국인들은 돌려보낸 예가 있으나 자진월북한 미군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서 적군에 자진투항한 사건이어서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이전의 미국 장병들의 월북 사례를 언급하며 추후 이 장병의 앞날도 추측했다.

    그는 "지난 시기 월북한 주한 미군 장병들은 첫 몇 년간은 북한에서 거의 구금된 상태에서 철저히 세뇌교육을 당한 후 북한군 정찰장교들을 양성하는 군사대학인 압록강대학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다"며 "해외여행은커녕 평양 시내도 혼자 나올 수 없었고 상점들에도 자유롭게 갈 수 없었다. 일부는 북한이 해외에서 납치해온 외국인과 결혼하여 자녀들을 두었으나 그 자녀들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생김새가 외국인이어서 평양외국어학원과 외국어대학에 보내 영어를 배우게 했는데 같은 학급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면 동네에서 외국인이 온 줄 알고 '안전부'(한국의 경찰서)에 신고하여 사회안전원(경찰)이 출동하고는 했다"며 "북한에서는 외국인이 동네 아파트 주변에 자유롭게 갈 수 없다. 결국 친구들의 집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또 "그들에게 김일성·김정일의 노작 번역 감수를 시켜 보았으나 주체사상과 철학을 잘 몰라 제 나름대로 번역문을 고쳐 놓아 오히려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면서 "그나마 가성비가 좋은 것이 외국에서 밀수로 무단 들여온 미국영화 대본을 풀어내는 일이었는데 북한 번역원들은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영화를 그들만이 풀어내 번역에 도움이 됐다"고 상기했다.

    태 의원은 "그들을 반미 선전영화에 출연시켜 보았는데 본인들도 북한사회에 자신들을 알릴 수 있어 좋아했다고 한다"면서도 "북한에서의 그들의 생은 무기형 감옥생활과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북 미군 장병의 존재는 북한에도 장기적으로 가성비가 낮아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며 "월북 미군 장병이 생기면 그 한 사람을 위해 전문 경호 및 감시팀이 꾸려지고 통역관을 배치해야 하며 전용 차량과 기사, 그가 머무를 숙소 등을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게서 일부 군사정보는 얻을 수 있겠지만 직급이 낮아 큰 정보는 없을 것"이라며 "만일 그를 북한에 남겨 두기로 결정한다면 그를 북한 체제에 적응시키기 위한 세뇌교육이 필요해서 전문 교사팀과 교육 커리큘럼도 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월북 미군 장병인 경우 영어교사로 활용할 수 있으나 문제는 그가 북한 사람들에게 아무 말이나 막 할 수 있어 사전 세뇌작업이 상당히 오랜 기간 필요하고, 그가 오히려 그런 세뇌교육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결혼 문제인데 순수 혈통주의를 강조하는 북한 체제상 북한 여성과 결혼 시키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결혼하면 닫긴 특수구역 내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생계에 필요한 식품·난방 등을 보장해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아무튼 월북 미군 장병 한 명을 챙기느라고 많은 인력과 자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북한이 한미의 대북정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월북한 미군을 당장 돌려보낼 가능성은 낮다"며 "그래도 그의 인권을 위해 미국은 송환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평양에 있는 외국 대사관을 통해 그에 대한 영사 접근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의 가족들도 그의 송환 운동을 벌여야 하며 본인도 처벌을 두려워하지 말고 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