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협의 없이 강행… "유가족 참석, 회의장 들어와서 알았다""법 반대하면 유가족 아픔 외면하는 나쁜 정당 '프레임' 씌우려는 것"특조위 구성도 野·유가족 입김 반영… "비극적 참사마저 총선전략용"
  • ▲ 13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이종현 기자
    ▲ 13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이태원참사특별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이어 입법 공청회를 강행했다.

    이태원특별법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핼러윈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하고 특조위가 감사원 감사와 특별검사 요청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여권은 민주당이 행정부·사법부의 권한까지 망라한 무소불위 특조위로 사법 리스크 물타기를 시도한다고 규탄했다.

    野, 패스트트랙 지정 이어 입법 공청회도 강행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3일 국회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여당과 합의 없이 진행된 일정이라며 항의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퇴장 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독단적으로 이태원특별법 공청회를 강행했다"며 "끝을 모르는 입법폭주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태원특별법은 지난 4월 야4당(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이 공동발의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 74일간의 경찰 특별수사본부와 55일간의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경찰·용산구청·소방·서울교통공사 등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음에도 야당은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태원특별법의 핵심은 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특조위는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동행명령, 감사원 감사 요구, 청문회 등을 직권으로 할 수 있으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언제든지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만희 의원은 "국회는 물론이고 행정부·사법부의 권한까지 망라된 무소불위의 특조위를 만드는 이 법은 많은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조위 조사위원은 '조사위원추천위'의 추천을 받은 17명(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되는데, 추천위는 여·야·유족이 3명씩 추천하는 인사들이 참여한다. 사실상 야당과 유족의 입김이 더 세게 반영된 추천위가 특조위 조사위원을 추천하는 셈이다.

    원안 통과 시 피해자 범위에 '닥터카 논란' 신현영도 포함

    특조위 활동기한은 1년으로 하고 필요할 경우 한 차례(6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태원특별법은 지난 6월30일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최장 90일)를 거쳐 22대 총선 직전인 내년 3월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경우 총선 이후에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여권은 해당 법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범위를 '참사 당시 해당 장소에 체류했던 사람 중 희생자 이외의 사람'이라고 명시한 조항도 문제 삼았다. 이 법안대로라면 이른바 '닥터카'로 불리는 재난의료지원팀 차량 탑승 논란을 일으킨 신현영 민주당 의원도 '피해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만희 의원은 "이 법이 정의하는 피해자는 희생자의 유가족 일가는 물론이고, 단순 현장 체류자, 해당 지역 거주자와 사업자, 근로자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이 규정대로라면 불법증축물로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 중인 해밀턴호텔 대표, 응급차를 콜택시처럼 타고 현장에 도착해 SNS용 사진 찍고 15분 만에 장관으로부터 의전을 받으며 떠난 신현영 민주당 의원도 피해자가 된다"고 꼬집었다.

    "비극적 참사까지 정쟁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의도"

    국민의힘은 야당이 추진하는 이태원특별법은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하는 정부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라고 의심했다.

    이 의원은 "마치 이 법을 반대하면 참사와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비정한 정권, 나쁜 정당이라는 거짓 선동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것"이라며 "아울러 대장동 게이트, 돈 봉투 사건, 코인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부패,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참사마저 방탄 수단으로 삼겠다는 정치적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양평고속도로 등 수도 없이 남발하는 괴담 선동정치로도 모자라 비극적 참사까지 정쟁의 수단, 총선전략용으로 쓰겠다는 의도"라며 "이태원 참사는 우리 공동체가 함께 치유해나가야 할 아픔이다. 그러나 그 책무를 다하는 것과 야당이 주장하는 이태원특별법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10여 명도 참석했다. 그러나 이는 여야 간 사전협의가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공청회 참석 여부는 위원장의 결정이지만, 사전적으로 상대 당에 어느 정도 의견을 구하는 것이 도리"라며 "그런데 그런 절차가 모두 생략됐고, 유가족께서 오신다는 것도 회의를 들어가서 알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