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안장 기록란에 '친일파' 문구 표시된 국가유공자 등 12명 낙인 삭제박민식 "6·25 여러 전투 승리로 이끈 주역에 누가 함부로 침 뱉는단 말인가"
  • ▲ 국가보훈부(장관 박민식)와 칠곡군(김재욱 군수) 주최로 지난 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및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정상윤 기자
    ▲ 국가보훈부(장관 박민식)와 칠곡군(김재욱 군수) 주최로 지난 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및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정상윤 기자
    고(故) 백선엽 장군 등 현충원에 안장된 호국영웅의 안장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시절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찍혔던 '낙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7일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원봉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싶다고 했다"며 "김원봉은 김일성정권에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에 오른 최고위 장군이자 6·25 때 김일성의 최측근으로 우리 국민 수백만 명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으로 훈장까지 받은 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백선엽은 6·25 최대 격전지였던 다부동 등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라고 강조한 박 장관은 "22살에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는 것뿐, 독립군과 싸운 기록도 없다. 그런 그에게 누가 함부로 침을 뱉는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침략한 원흉에겐 훈장을 주려고 하고, 반대로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에겐 친일파 낙인을 찍어 모욕하는 것이 우리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대한민국의 모습은 아니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지난 5일 '백선엽 장군 서거 3주기 추모식'이 열린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도 "현재 국가보훈부와 국립현충원 홈페이지에서 백 장군의 안장기록을 검색하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며 "보훈부 차원에서 문구를 삭제하기 위해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현충원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는 안장기록란에 '친일파' 문구가 표시된 국가유공자 등은 총 12명이다. 국군 첫 4성 장군인 백 장군을 비롯해 김백일 미군정 국방경비대(국군 전신) 3연대장, 김석범 2대 해병대사령관, 김홍준 국방경비대 4연대 창설 중대장, 백낙준 초대 연세대 총장, 백홍석 초대 육군 특별부대사령관, 송석하 전 국방연구원장, 신응균 초대 국방과학연구소장, 신태영 4대 국방부장관, 신현준 초대 해병대사령관, 이응준 초대 육군참모총장, 이종찬 8대 국방부장관 등이다.

    이들에게 찍힌 '친일파 낙인'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3월부터 현충원 홈페이지에서 나타났다. 당시 국방부와 국가보훈처(현재의 국가보훈부)가 이들의 안장정보에 '친일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피우진 당시 국가보훈처장 등을 비롯한 일부 고위간부가 이를 주도해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내부에서 '사자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으나 "'윗집(청와대 추정)' '여의도(여당)' 오더"라는 일부 간부들의 주장이 있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당시 관련 법규나 규정 없이 '친일파' 문구가 삽입됐기 때문에, 보훈부는 낙인을 지우는 것 또한 별다른 법 개정 조치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의 신청 등 절차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파 1005명을 선정하는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규명위의 구성과 평가가 편파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친일규명위는 2005년 노무현정부 때 특별법을 통해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기구다. 위원장 포함 위원 11명이 대통령 추천 4명, 대법원장 추천 3명, 국회 4명으로 구성됐다. 이로 인해 대통령과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편향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규명위는 4년여의 조사 끝에 2009년 친일파 1005명 명단을 발표했다. 과거 반민특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인사들이 대거 친일파로 분류됐다. 일제 전시체제에서 일본군·간도특설대에 근무한 이력이 문제가 됐다.

    이 중에는 백선엽 장군 등 이후 6·25 때 나라를 지킨 호국영웅들이 다수 포함됐다. 일제의 강압으로 학병 권유에 강제동원됐거나 관변단체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광복 후 정부와 교육계·종교계·문화계에서 대한민국을 세우고 이끈 백낙준 초대 연세대 총장 등과 같은 인물도 포함됐다.

    반면 일제에 충성을 다짐하는 전향서를 쓰고, 조선총독으로부터 거금을 받은 행적이 당시 신문과 문서에 기록된 여운형 같은 좌파 인사는 빠졌다.
  • ▲ 2019년 6월6일 현충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일성의 최측근 김원봉에 대해
    ▲ 2019년 6월6일 현충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일성의 최측근 김원봉에 대해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