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신재생에너지사업 실태 감사… 38명은 수사 의뢰공공기관 임직원 250여 명은 본인·가족 명의로 태양광사업청탁 받은 산자부 간부, 목장용지인데 "태양광 가능하다" 강임준 군산시장, 고교 동문에 특혜 줘 시에 110억 손해
  • ▲ 감사원. ⓒ정상윤 기자
    ▲ 감사원. ⓒ정상윤 기자
    감사원이 문재인정부 시절 추진된 신재생에너지사업 과정에서 중앙부처 전직 간부급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국립대 교수 등이 연루된 각종 비리를 다수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태양광사업이 비리의 복마전이 됐다는 지적과 함께 '제2의 LH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태양광 복마전'에 공공기관 250명 연루

    14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한 결과 관련 업무를 하는 8개 공공기관 임직원 250여 명이 자신이나 가족 명의로 태양광사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기관에 있음에도 태양광사업 참여를 금지한 내부 규정을 위반하거나 겸직 허가 등도 받지 않은 채 태양광사업을 부당영위했다.

    특히 태양광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이 태양광발전소가 연계되는 선로의 여유 용량 정보 등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배우자 명의로 사업부지를 매입한 뒤 발전소를 설치, 운영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와 별개로 감사원은 대규모 사업비리에 연루된 강임준 군산시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과장 2명 등 13명을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비리행위에 조력한 민간업체 대표 및 직원 등 25명은 수사 참고사항으로 송부했다.

    감사원은 전북 군산시가 2020년 10월 총 1000억원 규모 태양광사업(99MW 규모)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강 시장과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판단했다. 

    이 업체는 입찰공고에 명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강 시장의 지시로 계약됐다. 이로 인해 군산시가 향후 15년간 11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볼 예정이라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산자부 공무원, 국립대 교수도 비리 의혹

    산자부 소속 에너지정책 담당 공무원이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에서 민간업체에 청탁을 주선한 뒤 퇴직 후 이 업체에 재취업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2018년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사업(300MW 규모)을 추진하려 했지만 사업부지 3분의 1가량이 '목장용지'로 돼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태양광발전단지는 약 318만4794㎡(약 96만평)로 축구장 약 440개 면적에 해당한다.
     
    이에 업체 관계자는 산자부 소속 A과장으로부터 소개 받은 B과장(A와 행시 동기)에게 '태양광 시설에 대해 초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중앙부처에서 판단해 달라'고 청탁했다.     

    그 결과 B과장과 부하 직원은 2019년 1월 이 업체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중요 산업시설로 유권해석하는 공문을 태안군에 보냈다. 2018년 12월 산자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중요 산업시설에서 태양광은 제외됐음에도 권한에 없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태안군은 2020년 11월 산자부의 유권해석을 받아들여 태양광사업 개발행위를 허가했다. 그 사이 A과장은 2019년 4월 산자부를 퇴직한 뒤 해당 업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외에도 국립대 교수가 허위로 신재생 사업권을 따낸 뒤 착공도 하지 않은 채 해외업체에 매각해 수백 배의 이익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대 C교수는 2015년 6월 친형이 대표로 있는 업체를 직접 경영해 전북지역 내 풍력사업(100MW 규모)을 추진했다. 같은 해 10월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C교수는 풍력분야의 모 권위자가 이 업체를 100% 소유한 것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했다.  

    사업권을 따낸 C 교수는 2016년 10월 실제로 이행 의사가 없으면서 400억원 규모의 풍력기자재 제조공장 투자계획을 앞세워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도 취득했다. 이어 사실상 가족 소유 업체인 SPC(사업시행사)를 설립한 뒤 자신의 발전사업을 넘기는 인가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개발비(99억원→155억원)를 부풀려 산정했고, 종료된 사업자금 조달계약(4104억원)을 근거로 허위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C 교수는 이러한 수법을 통해 사업권의 가치를 키운 뒤 2022년 6월 해외업체에 5000만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했다. 당초 투자금액(자본금 1억원)의 약 60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알려지면서 해외업체는 계약을 철회했다.  

    "文정권, 태양광비리 카르텔 판 깔아"

    감사원의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오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에 빗대 '제2의 LH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때 추진된 탈원전정책이 신재생에너지사업의 비리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정부의 신재생에너지사업 실태를 감사한 결과, 그들만의 견고한 이권 카르텔 생태계가 존재했음이 드러났다"며 "무리한 탈원전정책으로 국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서는 그 자리를 꿰차며 온 국토를 뒤덮은 태양광은 비리 덩어리 자체"라고 꼬집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어 "이념으로 결정된 무리한 탈원전정책에 준비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인 신재생사업은 국민 혈세를 노리는 고양이들에게 생선가게를 차려준 것과 다름없다"며 "에너지정책 담당 산업부에서는 친환경을 빙자한 태양광 확대정책의 이면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고 개탄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번 '태양광 비리 카르텔'의 본질은 사실상 당시 문 정권이 판을 벌여주었고, 여기에 정책을 추진하는 산업부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산하 공공기관, 그리고 눈먼 돈을 보고 모여든 태양광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태양광 이권 트로이카였다"며 "철저한 수사로 신재생에너지사업 이권 카르텔 전반에 대한 비리 전모를 밝혀 반드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