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기자들 "상급자가 양씨 말리는 말을 했다"… 목격자들 "안 했다""양씨 몸에 불 붙은 뒤에도… 상급자, 몸 반대로 돌려 휴대폰 만져""행인들은 소화기 찾아 뛰는데… 상급자 번호로 접수된 신고 없어""상급자, 그날 집회서 울먹여… '왜 분신 안 막았나' 질문엔 딴소리"
  • ▲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 ⓒ서성진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 ⓒ서성진 기자
    지난 1일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간부 양모 씨가 분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 미심쩍은 정황이 나타났다는 의혹이 16일 제기됐다.

    양씨의 분신을 현장에서 바라보던 양씨의 상급자 A씨가 양씨의 극단적 선택을 막거나 불을 끄는 등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1일 오전 9시36분 미리 준비해온 시너 2L를 자신의 몸에 뿌렸고 그로부터 약 18초 뒤 양씨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시너를 뿌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몸에 불이 붙는 순간까지 최소 30초가 걸렸고, 이 과정을 양씨의 약 2m 앞에서 A씨가 가만히 선 채 지켜보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A씨는 건설노조 강원지부 부(副)지부장이자 양씨의 상급자로, '강원지부 제3지대장'으로 알려졌다.

    A씨는 양씨의 분신 16분 전인 이날 오전 9시20분쯤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의 분신 현장을 지켜본 YTN 기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상황을 본 다수의 목격자들의 말은 달랐다는 지적이다.

    조선닷컴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A씨가 양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어떠한 제지의 몸짓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매체는 A씨가 자신이 다가가면 분신을 준비하던 양씨를 자극해 오히려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양씨의 몸에 불이 붙고 난 후 A씨의 대처에도 의구심이 남았다.

    A씨가 양씨 쪽으로 달려가 불을 끄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몸을 양씨 반대 방향으로 돌려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분신 장면을 목격한 근처의 행인들은 다급히 도망가거나 소화기를 가지러 뛰어가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양씨의 분신과 관련해 9시35분0초부터 9시37분0초까지 112 신고는 4건, 119 신고는 6건이 들어갔지만 A씨 번호로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고도 매체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한 집회에서 양씨의 분신 과정을 언급하며 울먹이는 A씨의 모습이 KBS와 MBC 화면을 통해 포착됐다. 민노총 위원장은 "정부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지난 11일 "양OO 씨와 함께 계실 때 분신을 왜 막지 않으셨나요"라는 조선닷컴 취재진의 질문에 "양OO 열사라 부르면 답하겠다"며 "경찰에 물어보라"고만 했다.

    민노총 건설노조와 각계 원로인사들은 그러나 양씨의 분신을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김중배 전 MBC 사장, 신학철 백기완재단 이사장,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등 사회원로 모임은 16일 양씨의 빈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정권이 건설노조를 폭력집단으로 호도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요구를 협박·강요·공갈죄로 둔갑시켰다"며 "(양씨의) 죽음도 이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또한 양씨를 추모하고 윤석열정권 퇴진 등을 요구한다는 명분으로 16일 서울 도심에서 1박2일간의 총파업 결의대회를 이어간다. 건설노조는 총파업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해체하고 양씨와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정부가 수사권의 칼날로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국가폭력"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