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세균 8종, 바이러스 3종, 독소 2종 등 '생화학' 13종 보유탄저균·천연두·페스트·콜레라·보툴리눔 등 5종 무기화"일본·괌·하와이에 화학탄두 발사해 미군 유입 막을 것"통일연구원 "부정하기 힘든 단계… 한·미·일 협력 강화해야"
  • ▲ 지난달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지난달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세계 3위 규모로 추정되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응해 한국·미국·일본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통일연구원 박은주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동아시아 다중안보위기 속 북한의 비대칭전력 증강이 가지는 의미'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체제 생존을 위해 비대칭전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환경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북한의 비대칭전력은 핵무기·생화학무기·탄도미사일·장사정포·잠수함(정) 등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현재 북한이 더욱 공격적으로 WMD, 특수전부대 양성, 생화학무기 고도화, 사이버 전력 육성 등 비대칭전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이 유사시 핵·미사일 외에도 생화학무기를 실전에 투입해 전선이 형성되기 전 승기를 잡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무기 전력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로 추정된다.

    북한이 생화학무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화학무기는 즉각적으로 사상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속전속결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꼽힌다. 북한의 화학무기 저장량은 2500~5000t 규모다. 평시 4500t, 전시에는 1만2000t 정도를 생산할 수 있으며, 8개의 생산시설에서 나온 화학무기를 6개소의 저장시설에 분산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전쟁에서 스커드미사일과 전투기에 화학탄을 싣고 한국의 공군기지 및 주요 지휘부, 서울 및 수도권 등 주요 도심지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신경작용제 '사린(Sarin)' 2t을 서울과 같은 인구밀집지역에 뿌릴 경우 영향면적은 7.8㎦에 사상자는 약 2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괌·알래스카·하와이 등에 있는 미 군사기지에 핵 또는 화학탄두 미사일을 발사해 미군의 유입을 막고, 작전 차단을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가난한 자의 핵무기'로 지칭되는 생물무기는 기술적으로 제조가 쉽고,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인명살상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생물학무기는 탄저균·천연두·콜레라·페스트·야토균·장티푸스·발진티푸스·황열바이러스·유행성출혈열·황우, 그리고 세균성 이질, 보툴리눔 독소 등 13종으로 알려져 있다. 세균 8종, 바이러스 3종, 독소 2종 등이다.

    북한은 정주·문천 등 총 17개소에서 생물무기 연구 및 배양·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탄저균·천연두·페스트·콜레라·보툴리눔 등 5종은 무기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이 생물무기를 에어로졸을 형성한 흡임감염 형태로 운용할 것으로 보이며, 전방지역에는 독소를, 후방지역에는 잠복기를 고려해 미생물 위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비대칭전력 보유 사실은 부정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며 "비대칭전력의 격차는 유사시 한국의 승리를 어렵게 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더 늦기 전에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전통적 군사전력 평가는 무의미할 수 있다"며 "남북한 간의 비대칭전력 차이는 유사시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남북한 간의 전력 비대칭성을 높이는 위협요소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비대칭전력의 위협을 낮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이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대칭전력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일본 등 핵심 국가 간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며,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의 비대칭전력 억지를 위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말 한국에서 최초로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고위급회의가 개최된다. PSI는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및 운반 수단, 관련 물품의 불법 환적 확산 방지를 위해 2003년 출범한 국제 협력체제로 전 세계 106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를 계기로 한·미·일 등은 오는 31일부터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및 선박 간 불법 환적을 막기 위한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인 '이스턴 엔데버 23'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