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의혹' 확산하자, 지라시에 '돈 받았다' 언급된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진짜 열받게 하는 것" "대표가 의심하나 이런 생각도 할 것" "서로 실례""대표가 그런 짓거리를 하면 되냐" "받았다고 하는 사람 어딨나" 의원들 격앙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 받는 의원들에게 사실 확인차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의 조기 귀국 요청을 외면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직접 사실 여부를 묻는 것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불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野 의원 "李 전화?… 진짜 열받는 것"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돈 봉투 의혹'이 확산하자 이른바 지라시에서 돈을 받았다고 언급한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했다.

    해당 의혹 관련 지라시에 이름을 올린 A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내가) 핵심이니까 언급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A의원은 "전화 온 것을 내가 일일이 뭘 밝히나"라면서도 "(이 대표에게) 전화 왔다는 뜻도 아니고 안 왔다는 뜻도 아니다"러고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돈 봉투를 수령한 것으로 의심 받는 의원들에게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을 두고 "이 대표가 그런 짓거리를 하면 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같은 지라시에 포함된 B의원은 "당대표가 물어본다고 (돈 봉투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B의원은 이 대표와 통화 여부와 관련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상관없는 사람한테 그런 전화를 하는 것은 당대표가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B의원은 그러면서 지라시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고발 등의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C의원은 "(이 대표가) 뭘 그런 이야기를 하나. 서로 실례되는 이야기"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C의원은 "혹시 받았나? 이렇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면 진짜 열받게 하는 것"이라며 "대표가 의심하나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총선 앞두고 입 닫은 송영길… 野 '진땀'

    돈 봉투 의혹 사실관계 확인에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해당 의혹이 차기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돈 봉투 의혹이 대형 악재로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돈 봉투 의혹으로 인한 현 사태를 "당 간판을 내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들께서 돈 봉투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당을 온전히 보겠느냐"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엄정하게, 검찰 수사보다도 더 세게 추상같이 성역 없이 파헤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쳐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19일 파리에서 출근길에 현지 취재진과 만나 "그날(22일) 말씀 드리겠다"며 조기 귀국에 대한 즉답을 회피했다. 이 대표의 요청에도 파리 일정을 고수한 것이다. 

    송 전 대표는 22일 오후 4시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송 전 대표는 현재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연구교수로 체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