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 "상당히 유감" 입장 밝혀2월 자신 저서에 '천공 관저 이전 개입설' 주장… "남영신에게 들었다"정작 당사자인 남영신은 해당 내용 부인… 4TB CCTV에도 천공 모습 없어
  • ▲ 19일 오전 종로구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사이버수사과로 출석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19일 오전 종로구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사이버수사과로 출석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명예훼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부 전 대변인은 자신의 저서와 방송 등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역술인 '천공'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이 육군참모총장 공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천공이 출입한 흔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 전 대변인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경찰 조사 직전 부 대변인은 "이 자리에 서게 돼 상당히 유감"이라며 "누구를 명예훼손했는지 그것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이어 "단 한 번도 천공 이외의 다른 사람의 이름을 거론한 적 없다"며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도 제가 이야기한 적이 없고, (천공이 관저에) 다녀갔다 정도만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찰은 부 전 대변인을 대상으로 약 4시간 동안 천공 관련 의혹을 둘러싼 발언의 의도와 사실관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다음주 부 전 대변인을 추가로 불러 명예훼손과 관련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부 전 대변인은 지난 2월 출간한 자신의 저서 <권력과 안보>에 '천공이 대통령직인수위 고위관계자와 서울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을 다녀갔다는 보고를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이 받았고, 이를 내게 알려 줬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이는 대통령실 이전에 제3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곧장 부 전 대변인과 뉴스토마토·한국일보 기자들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공지를 통해 "'천공이 왔다고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 기자들을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어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수많은 공무원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행한 것"이라면서 "주권자인 국민 앞에 '대통령 관저 이전에 천공이 관여했다'는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려면 최소한 천공의 동선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되거나 관저 출입을 목격한 증인이나 영상 등 객관적 근거라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남 전 육군참모총장 역시 천공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지난 2월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천공의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설을 두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당사자에게 확인한 결과를 육군이 제게 보고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는 (천공의 공관 방문 시기로 거론된) 당시에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2월23일에는 국군 방첩사령부가 부 전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대변인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러자 부 전 대변인은 "제가 책을 쓰면서 언론에 나와 있는 것들을 확인해서 작성을 했고, (책에) 천공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부 전 대변인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멈추지 않았다. 부 전 대변인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천공의 공관 방문) 의혹의 중심에 당시 국방부가 있으며, 정보 접근 권한 면에서도 증언자보다 국방부가 더 확인할 길이 많다"며 "(이 장관의 말은) 변명 중에서도 수준이 낮은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CCTV와 차량 출입기록 등을 확보하는 등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군 당국으로부터 확보한 4TB 분량의 CCTV 영상 분석을 위해 10여 명의 수사관을 투입했다. 이들은 20여 일 동안 영화 약 2000편 분량에 해당하는 CCTV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천공의 모습은 한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의혹이 제기된 달의) 모든 날짜 CCTV를 확인했는데도 천공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영상 삭제 여부와 관련해서도 "인위적으로 삭제된 영상은 없으며, 날짜가 지나면 영상이 위에 덧씌워지는 식인데, 이런 자료 또한 포렌식으로 전부 복원해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천공의 휴대전화 위치기록 분석 결과 관저 후보지 인근 기지국의 행적은 없었고, 그의 통화 내역에서도 '동행인'으로 지목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통화한 내용이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