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北상대 손배소' 31개월 만에 첫 재판… "빨리 결론 내달라"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 잡혀 장기간의 수감 생활과 강제 노역을 한 국군 포로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낸 소송 첫 재판이 17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이날 국군 포로 김성태씨 등 5명이 낸 소송 첫 변론 기일을 열였다.

김씨 등 5명은 31개월 전인 지난 2020년 9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이 강제 노역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1인당 21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의 소송을 냈다.

심 판사는 "초기 청구한 금액은 원고 1명당 3000만원이었으나, 이후 재판이 지연됨에 따라 지연손해금 등이 포함돼 새롭게 청구 금액이 변경됐다"며 "절차상 공시 송달 후 피고가 불출석하면 종결하게 돼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 기일을 잡고 곧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했다.

올해로 92세가 된 국군포로 참전용사 김 씨는 17살의 나이에 한국전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기 양주에서 부상당한 중대장을 업고 달리다 포탄에 맞아 쓰러졌고, 참전 사흘 만에 북한군에 잡혀 포로가 됐다. 이후 13년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고, 탄광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2001년 마침내 탈북에 성공했다.

법조계에선 전례이 비춰 봤을 때 이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2020년 7월 국군포로 출신 한모씨 등이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군 포로 손을 들어줬다. 북한이 국군 포로에게 배상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첫 판례로 남았다.

다만 김 씨를 비롯한 국군 포로들은 보다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 원고 5명 중 이원삼 씨가 2021년 7월 별세하는 등 총 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의 연령이 높은 점을 감안했을 때 법원이 신속히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원고 대표로 재판에 출석한 김 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정부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빨리 해결해 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