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무효표 논란' 사사오입 경선 때… 송영길, 이재명 편들어 '이재명 후보' 굳혀줘②'송영길 지역구' 인천 계양을… 대선 패배한 이재명에 물려줘 '정치복귀' 열어줘③'이심송심' 말 나올 만큼 가까운 사이인데…'송빠'만 받고 '명빠'는 안 받았을까? ④"2021년 송영길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과… 2022년 이재명 대표 땐 어땠나?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이른바 '이정근 게이트'가 대형 리스크로 번지기 전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돈 봉투 의혹이 제기된 지 닷새 만이다.

    이 대표는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당대표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당은 정확한 사실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며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규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할 것이고,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이 2021년 당 전당대회 때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를 수사 중이다.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 뿌려진 돈 봉투는 총 9400만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이에 관련된 현역 민주당 의원은 많게는 20명, 내부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7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송 전 대표는 원래 계획대로 오는 7월 귀국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당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불거진 사사오입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대표는 최종 득표율 50.29%를 기록했지만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시비가 붙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중도사퇴한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표가 아닌 유효표로 봐야 하며, 이럴 경우 이 대표의 최종 득표율은 과반에 못미치는 49.31%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줘 이 대표를 '대선후보'로 만들어 줬다. 이후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송 전 대표는 "이런 행태는 일베(일간베스트)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22년 6월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물려받아 정치 복귀에 성공했다. 송 전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정치권에서 두 사람의 밀월관계를 의심하는 이유다. 

    아울러 이 대표가 당대표에 도전했던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는, 이번 이정근 사건과 비슷한 일이 없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 대표는 딜레마에 빠졌다. 검찰 수사를 비판하자니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당 차원에서 적극 조사하자니 앞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는 적극 방탄하던 것과 형평성에 어긋났다. 또 조사를 안 하자니 다시 방탄 논란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13일 해당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객관적 진실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진술을 통해 객관적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비명계를 비롯해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안민석 의원마저 당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서자 이 대표는 일단 내부 진상조사는 유보하고 의혹에 따른 공식 사과를 통해 여론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비명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정말 이런 쓰레기 같은, 아주 시궁창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아주 냄새 나는 고약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 할 말이 없다"며 "(당 지도부가) 이것에 대해 내부 척결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로 실행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당 차원의 진상규명 조사기구 설치 여부와 관련 "자체조사가 여러 상황상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있다"며 "당 조사라고 하는 것이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라 실효성 있는 조사를 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의혹 제기 닷새 만에 사과를 한 것을 두고는 "당 입장에서 실체적 진실 접근 방법이 원천봉쇄돼 있었다"며 "그런 부분들 때문에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