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쓰러진 채로 발견… 사인은 미확인이미자, 패티 김과 함께 '3대 디바'로 큰 인기
  • '밤안개'로 유명한 원로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4일 오전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의 팬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김OO(73) 씨가 이날 오전 9시 37분경 고인이 자택(서울 용산구 이촌동 소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고인은 오전 10시 10분경 인근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 경찰은 고인의 지병 여부와 함께 최초 신고자와 유족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1938년 평안남도 강동군 고천면 맥전리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고인은 1.4 후퇴 때 부모·6남매와 함께 남쪽으로 피난했다. 당시 조부모댁에 있던 두 여동생과 헤어졌던 고인은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중국 연변에서 동생들과 조우했다.

    당시로는 드물게 덕성여대를 다니던 고인은 2학년 때 돈을 벌기 위해 미8군 쇼에 출연했다. '김시스터즈'와 함께 김진걸 무용연구소에서 고전무용을 배웠던 고인은 칼춤 무용수로 무대에 섰는데, 1957년 어느 날 갑자기 일정을 펑크 낸 여성 가수의 대타로 무대에 오르면서 가수 인생이 시작됐다.

    당시 '현시스터즈(김명선, 김정애, 현주)' 멤버로 활동하던 고인은 1962년 발표한 '밤안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단박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원래 이 곡은 작곡가 손석우가 제작한 영화 '동경서 온 사나이' OST 앨범에 실린 노래였다. 이 앨범에는 타이틀곡인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와 함께 작곡가 길옥윤이 만든 '내 사랑아' 등이 수록됐는데 뒤늦게 녹음한 '밤안개'가 가장 큰 인기를 모았다.

    '밤안개'가 히트를 치자 손석우는 재빨리 타이틀곡을 '밤안개'로 바꾼 '텐더 보이스(TENDER VOICE)' 앨범을 재발매했다. 이 앨범은 당시 5만장이 넘게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밤안개'의 원곡은 재즈 싱어 냇 킹 콜(Nat King Cole)이 부른 '잇츠 어 론섬 올드 타운(It’s a Lonesome Old Town)'이다. 1962년 어느 날 라디오를 듣던 작곡가 이봉조가 즉석에서 편곡하고 고인과 함께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미8군 공연과 음반 취입 등으로 인연을 맺은 고인과 이봉조는 3년 간 열애 뒤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그 중 첫째 이영곤 씨는 가수 고니로 활동 중이다.

    고인은 이봉조와 콤비를 이뤄 다수의 히트곡을 냈는데,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몽땅 내 사랑', '무작정 좋았어요' 등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중 '보고 싶은 얼굴'과 '떠날 때는 말없이'는 당대의 청춘 스타, 신성일·엄앵란 콤비가 열연한 동명 영화의 주제곡이다.

    활동 시기가 비슷했던 이미자, 패티 김과 함께 '3대 디바'로 불리기도 했다. 이봉조가 만든 '별'로 1971년 '제4회 그리스국제가요제'에서 입상한 고인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때 초청을 받아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대중문화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제11회 예총예술문화상' 대상, 1999년 '제6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가수 노사연과 배우 한상진이 고인의 조카. 유족으로는 미국에 거주 중인 두 아들 이영곤·이영준 씨가 있다.

    스타뉴스에 따르면 당초 유족들은 고인이 안치돼 있는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려 했으나, 상주인 두 아들의 의견을 기다리기 위해 결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