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硏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건의 국제법적 검토' 보고서 … "시카고 협약 위반""민간 소유라도 '특별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 진입해 위법한 진입""北 무인기 대응한 우리나라 무인기 침투도 위법한 영공 침투 해석될 수 있어"
  • ▲ 미 해군 요원들이 지난 7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 비치 앞바다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 잔해를 인양하고 있다. ⓒ뉴시스
    ▲ 미 해군 요원들이 지난 7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 비치 앞바다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 잔해를 인양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본토 횡단' 사건이 의도나 목적에 상관 없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고서를 낸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번 사례를 통해 최근 '북한 무인기 침공' 사태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고 조언했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일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사건의 국제법적 검토' 연구보고서를 통해 "중국 풍선이 미국의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사실은 그 목적이 정찰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미국의 주권 및 시카고 협약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당 풍선을 운용했다는 전제하에 미국의 중국 고고도풍선 격추가 미국 주권을 침해한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법상 적법한 자위권의 행사"라고 설명했다.

    심 위원은 "중국은 해당 풍선이 민간 소유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경우에도 시카고 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특별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것이므로 위법한 진입"이라며 "해당 풍선이 정찰 내지 도청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었다면 명백히 국가항공기에 해당하므로, 미국의 주권 침해이자 시카고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체불명 풍선, 1주일간 미국 횡단하다 전투기에 격추

    지난 1월 28일 미국 알래스카 주 60m 상공에서 떠다니는 모습이 포착된 정체불명의 풍선은 이후 약 1주일간 미국 본토를 횡단하다가 2월 4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동부 해안 18km 상공에서 미 F-22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

    미국은 이 풍선이 자국의 민감한 군사시설 등을 정찰하기 위한 중국 군 소속 '정찰 풍선(surveillance balloon)'이라고 주장했고, 중국은 민간 소유의 기상관측 풍선일 뿐이라고 반박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비난했다. 미국은 격추된 풍선 잔해를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심 위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양국의 주장이 대립되는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고 봤다. 우선 중국 고고도 풍선의 미국 영토 상공 진입이 정찰 목적을 가진 의도적 접근인지, 아니면 바람 등 불가항력에 의한 항로 이탈이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행위가 주권 침해에 대한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조치인지, 아니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허가 없이 영토 상공 진입은 목적 상관없이 시카고 협약 위반

    심 위원은 우선 중국 풍선이 미국의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사실은 그 목적에 상관없이 '시카고 협약(국제민간항공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 협약은 1944년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민간항공회의에서 채택된 약속으로, 영공에 관한 국가의 주권과 영역 상공을 비행할 권리, 항공기의 국적 등을 정했다. 1947년부터 발효됐으며, 현재 193개국이 회원국이다. 우리나라는 1966년에 가입했다.

    또한 시카고 협약의 제2부속서인 '항공규칙'은 '무인 자유풍선(unmanned free balloons)'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기상관측에 전적으로 사용되는 경량 풍선(무게 4kg 미만)을 제외하고는 무인 자유풍선은 타국의 허가 없이 그 국가의 영공에서 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아울러 국제관행상 100km 미만 고도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의 영공으로 인정하는 만큼, 시카고 협약에 따라 중국 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심 위원의 분석이다. 

    중국 풍선은 18km의 고고도로 미국을 떠다녔는데, 이 높이가 영공인지 우주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적확한 근거는 없다. 심 위원은 국제관행상 상업용 및 군용 항공기가 운용되는 최고 고도는 대략 4만5000피트(13.7km)라고 설명했는데, 이에 따르면 정찰풍선은 항공기의 운항을 방해하지 않아 시카고 협약 위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를 100km로 구분한 '카르만 라인'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면, 우주 아래의 대기권 공역은 영공에 해당해 미국 영공을 무단 진입한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심 위원의 주장이다.

    또한 심 위원은 미국이 전투기를 출격시켜 중국 풍선을 격추시킨 행위에 대해서도 중국이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정찰을 벌였다면, '무력 사용'으로 판단돼 국제법상 적법한 자위권 행사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심 위원은 미중 갈등을 초래한 '중국 정찰 풍선' 사건은 최근 '북한 무인기 서울 침공'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나라 상공을 침범, 5시간여 동안 서울 등 수도권을 비행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심 위원은 무인항공기 등을 활용한 우리나라 영공 내 정찰활동이 국제법상 금지되는 무력의 사용으로 자위권 발동 대상이 됨을 명확히 선언해야 하며,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무인기를 격추함으로써 영역주권 수호 및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인기 침공 시 격추해야…대응 역량 부족한 우리나라는 강화 필수"

    다만, 우리나라도 무인기 침공 당시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를 투입했고, 코브라 공격헬기에서 20mm 기관포로 100여 발을 발사하기도 했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심 위원은 이에 대해 "우리 군이 현재까지 이들 무인기에 적절히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받기도 해, 이에 대한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또한 우리 군이 북한 무인기 침공에 대응해 북한 영공으로 우리니라 무인기를 침투시켰는데, 이는 유엔군사령부 발표처럼 '정전협정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2022년 12월26일 사건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다수의 북한군 무인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행위가 북한군 측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군 무인기가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북측 영공에 진입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심 위원은 북한이 먼저 정전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무인기의 북 진입이 위법성 시비를 피해갈 수는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다른 국가 영공의 위법한 침투로 해석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 위원은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침투를 통한 맞대응이 아니라, 북한 해안선 인근에서 고고도 정찰기의 북한 영공 근접비행 등 다른 형태의 대응조치를 고려해 시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북전단의 경우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과 정찰 등 목적이 없다는 점 등으로 비춰봤을 때 국제법 위반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나, 북한이 이를 빌미로 실탄사격 등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무력 행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심 위원은 내다봤다.

    신 위원은 "민통선 이남 주민 보호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국내법 집행기관을 통해 적절한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아무런 군사적 목적이 없는 민간 풍선을 격추했을 때는 그 위법성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