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건설노조에게 뒷돈 수억원 받아" 2일 보도… 건설노조, 비리로 제명된 후 복귀 노려"A씨, 한노총 다른 핵심 간부에 현금 수수 제안… 봉투 건네며 '1억씩 나누자. 괜찮아'"A씨 "해당 보도 전혀 사실 아냐… 봉투 안에는 돈이 없었고, 돈 받은 사실도 없다" 해명
  • ▲ '공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가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 양대노총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공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가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 양대노총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A씨가 산하 노조였던 전국건설산업노조(건설노조)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이 중 일부를 또 다른 한노총 핵심 간부에게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위원장의 10억원대 횡령·배임사건으로 한노총에서 제명된 후 A씨에게 한노총 복귀를 부탁하며 현금다발을 건넨 것으로 의심된다. 양대 노총이 불투명한 회계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한노총 내부에서 뇌물성 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나며 더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9월1일 당시 한노총 부위원장 A씨는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동료이자 또 다른 한노총 핵심 간부인 B씨를 만나 함께 골프를 치던 중 "건설노조에서 3억원을 준다는데, 너 1억원 나 1억원 갖고 나머지 1억원은 (2023년 1월 예정) 총연맹 위원장선거에 쓰자"며 "(돈이) 깨끗하니까 괜찮다"는 취지로 현금 수수를 제안했다고 한다.

    건설노조, 지난해 제명 후 한노총 부위원장에 금품 전달 의혹

    이에 B씨는 "그 돈 받으면 죽는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굴하지 않고 일주일 뒤 다시 B씨를 찾아와 "건설노조에서 선수금으로 1억원이 왔으니 너 5000만원, 나 5000만원씩 쓰자"고 재차 제안했다. B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9월18일 A씨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으로 B씨를 불러내 현금이 담긴 봉투를 주려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건설노조가) '이거는 인사차 그냥 드리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거를 주겠다는 거야"라며 "그러니까 그거는 내가 받는 거니까 (너는 나눠 받아도) 아무 상관없다"고 회유했다. 

    A씨는 행주산성 인근 식당 주차장에서 B씨를 만나 자신의 차에서 현금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서류봉투를 꺼내 B씨에게 건넸다. 

    봉투를 본 B씨는 "아, 형. 아이, 형. 그거 하지 마. 진짜로. 아이, 형. 그거 아니지"라고 만류했고, A씨는 "이거(봉투) 조금 있다가 꺼낼게. 알았어, 알았어"라고 말했다. 

    식당으로 들어간 후에도 A씨는 B씨에게 '돈을 받으라'는 취지로 말을 이어갔다. 

    녹취록에는 B씨가 "아, 하지 마. 하지 말고" "형, 내가 그걸 왜 받아? 받을 이유가 없잖아. 내가" 등 거절하는 모습과, A씨가 "아니, 하지 마가 아니고. 너 이름도 없는데" "받아서 내가 주는 것인데 뭘 그래?" 등 계속 받기를 권하는 정황이 담겼다. B씨는 끝내 봉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노총 부위원장, 한노총 핵심 간부에 "1억원씩 나눠 쓰자"

    건설노조는 지난해 7월 진병준 위원장이 조합비를 포함해 10억원대 횡령·배임사건을 저질러 한노총에서 제명됐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에 밀려 영향력이 크게 준 상황이었다. 건설노조는 하루빨리 한노총에 복귀해 건설현장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당시 한노총에서 제명당하자 업체들이 '당신들은 이제 더이상 양대 노총도 아니지 않으냐'며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당시 건설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힘을 잃은 건설노조를 탈퇴하고 한노총에 개별적으로 가입하거나 한노총 직할 연대노조(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에 가입하는 등 한국노총 마크를 달 방법을 강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노총, 건설노조 복귀 정황도… A씨 "봉투 안에 돈 없었다"

    한노총이 건설노조의 요청을 일부 수용하려 했던 정황도 나타났다. 한노총은 지난해 10월 건설노조 일부 조합원들을 한노총 소속으로 직접 가입시키는 안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올리려 했으나, 위원들이 "제명하자마자 이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거세게 반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전체회의에서는 핵심 인사가 "건설노조 일부 조합원들의 연대노조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도 전해졌다. 

    A씨는 이 같은 의혹에 "그런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다시 조선일보에 전화를 걸어 "(건설노조에서) 제안을 받고 관련 대화를 B씨와 한 것은 맞다"며 "봉투를 건네며 '돈이다. 가져라'라고 말은 했지만, 봉투 안에는 돈이 없었고,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A씨는 이어 한국노총을 통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한국노총 위원장선거에서 고소 당한 사람이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벌인 음해 같다"고 밝혔다.

    한노총은 지난해 건설노조를 제명하는 과정을 외부에 공개하며 비리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에 빗대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자 다시 건설노조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