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 "제출하지 않은 검색어로 검색 못해"…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 검찰 "은어 쓰거나 일부러 틀리는 맞춤법 많은데… 어떻게 검색어 미리 제시하나"마약사건이 대표적… 아이스, 아이1스, 아이☆스, ㅏㅣ스, I스, 아이S, 아이s로 표기무한대의 표현 존재하는데, 검색어 미리 내라니… 보안·부패사건 수사 어떡하나?법원 "검색어 미리 내면 압수수색 대상·범위 쉽게 파악… 인권침해 방지 효과"
  • ▲ 검찰기가 휘날리는 모습. ⓒ정상윤 기자
    ▲ 검찰기가 휘날리는 모습. ⓒ정상윤 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장 청구 단계에서 어떤 검색어로 압수수색을 진행할지 미리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검찰이 마약·간첩·성범죄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강력반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3일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 대상, 기간 등 집행 계획'을 적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제출하지 않은 검색어로는 검색할 수 없고, 검색하더라도 파일을 압수할 수 없게 된다.

    검찰 "'박사방'사건도 은어로 변형… 검색어 제한하면 수사 어려워"

    법원은 "과도한 신상털이식 압수수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와 마약·간첩 등의 피의자들이 범죄를 감추기 위해 은어를 사용하거나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하는 일이 많은데, 이 경우 해당 파일을 압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이른바 '박사방'사건에서도 파일 명이 여러 은어로 변형되며 동영상이 제작 유포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이 압수한 성 착취물 파일 명을 보면 여고생을 뜻하는 비속어인 'ㄱㄷㅇ'으로 해 놓는 등 은어를 사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증권1' '증권2' 등 증권 관련 파일로 위장하거나 단순 숫자,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 나열 등으로 변형한 사례도 있었다. 어떤 파일 명으로 위장할지 모르니 법원에 미리 검색어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 텔레그램 등으로 유통되는 마약사건의 경우에도 신조어가 수시로 만들어지고 위장이 많아 검색어를 제한할 경우 수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홍완희 대구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최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필로폰을 의미하는 은어 중 '아이스'가 있는데 마약사범들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아이1스, 아이☆스, ㅏㅣ스, I스, 아이S, 아이s 등으로 표시한다"며 "무한대의 표현이 존재하는데 검색어를 기재하라고 하니 수사실무를 이 정도로 모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표했다.

    검찰은 북한 공작원과 은어·암호·약어 등을 주고받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나 각종 부패 사건 수사에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인권침해 방지 효과 있어… 검찰 우려 과해"

    반면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며 별건 수사를 위한 '끼워 넣기'를 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범위를 광범위하게 기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검사가 검색어 등을 미리 제출하면 법원은 사안의 실체 및 압수수색이 필요한 대상과 범위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압수수색 집행 계획을 참고해 영장 발부 여부 및 영장의 대상과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의 우려는 과하다. 마약 수사 등의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아예 검색어를 제한하지 않거나 검색어를 일정 정도 제한하되 다소 광범위한 유형의 검색을 허용하는 영장 발부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