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관계… 관계발전 의지 확고"대통령실 "당면한 엄중한 안보현실 직시하며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이란 매체 "시진핑은 이란 영유권 관련, UAE 지지 표명… 양국 관계엔 변함 없어"
  •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UAE의 적은 이란, 한국의 적은 북한"이라고 한 발언은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로 격려 차원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개별 국가와의 외교관계는 별개이고,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 정부는 서울과 테헤란, 양측의 외교 채널을 통해서 이란 측에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란도 우리의 발언의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의 오랜 우호협력관계를 이어온 바,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관계와는 무관한 것이고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UAE 현지 브리핑에서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며 "그 발언은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UAE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중동 국가가 어디냐. 이란 아니냐"며 "그래서 UAE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력이 필요한 것이다. UAE 국민들은 이란을 최대 위협국가로 보고 적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UAE가 국방력이 필요한 것은 이란 때문인데 제 말이 맞냐, 틀리냐"고 묻자,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제가 외교부를 대신해서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그렇게 알려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현지시간) UAE에 파견된 아크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언급했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UAE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관계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남한과 '김씨 일가 세습독재정권'인 북한의 관계에 빗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형제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여러분이 국가로부터 명을 받아 온 이곳은 타국 UAE가 아니고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라고 부대원들을 격려했다. 아랍어로 '형제'를 뜻하는 아크부대는 UAE 요청으로 2011년 파병돼 UAE군 교육훈련 지원과 연합훈련 등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이란 현지 위성방송인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날 "한국이 이란을 'UAE의 적국이자 최대 위협'이라고 칭한 것은 처음"인 듯하지만, 아시아 국가의 지도자가 이란의 국익과 충돌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례를 언급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걸프협력위원회(GCC)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양자협상을 통해 아부무사·톰베쿠착·톰베보조르그 등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영유권분쟁을 벌이고 있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섬 문제를 해결하려는 UAE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과 아랍 국가의 성명에 이 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나온 것은 이란 영토와 내정에 대한 간섭이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유감을 표하는 한편, '이란의 영토를 존중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확인했고,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