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중 1대는 서울 북부 진입 후 북한 돌아가…4대는 강화도 일대 배회9·19 군사합의 위반… 軍 전투기·헬기 동원했지만 1대도 격추 못시켜北 무인기에 무기 장착됐다면 인명·재산피해 불보듯… 뼈아픈 실책오히려 무인기 격추 위해 이륙하던 KA-1 경공격기 추락… 국제 망신
  • ▲ 북한 무인기. ⓒ연합뉴스
    ▲ 북한 무인기.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촬영하는 등 정찰·작전활동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북 무인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100여 발 사격을 실시하고, 전투기와 헬기 등까지 동원했으나 격추에 실패했다. 오히려 출동나가던 공군 항공기가 어이없이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해 세계 군사력 6위의 체면을 구겼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5분께부터 5시간 가량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들이 포착됐다. 총 5대로 파악된 2m 이하 소형 무인기들중 1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서울 북부지역을 3시간여동안 비행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고, 4대는 오후에 순차적으로 포착돼 강화도 일대를 배회하다가 자취를 감췄다.

    이 같은 행위는 'MDL 인근 무인기 비행 금지'라는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우리 군은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 이북에서부터 미상항적을 포착한 후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또 전투기와 헬기 등도 투입해 무인기 격추를 시도했다. 동시에 유·무인 정찰을 군사분계선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해 적 중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상응한 조취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 무인기 확보를 위해 전방 부대들을 배치하고, 100여 발의 헬기 사격에 더해 전투기까지 동원하는 등 열을 올렸으나, 한 발도 명중하지 못하면서 격추작전은 보기 좋게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100여 발 헬기사격에 전투기까지 동원했는데도 격추 실패…방공 구멍

    이날 북한에서 내려온 무인기들은 일직선으로 내려오지 않고, 좌우로 움직이거나 유턴하는 등 각기 다른 형태의 항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민간인과 마을이 있는 지역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탐지자산뿐 아니라, 육안으로도 식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남하한 북한 무인기에 항공촬영을 위한 광학장비나 공격용 무기가 탑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적'으로 분류되는 북한군의 무인기 5대가 인구 2000만명이 모여사는 서울과 경기도 상공을 별다른 방해없이 활보한 것 자체로 '방공'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기가 실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후 내내 군사작전을 시행했음에도 단 한대의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채로 우리 영공을 지키지 못한 군의 뼈아픈 실책이다.

    더욱이 이날 북 무인기 격추를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이륙하던 항공기가 제풀에 추락하면서 세계 군사력 6위라고 자평하던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망신살을 뻗치게 됐다. 이날 오전 11시39분께 공군 원주기지 소속 KA-1 경공격기 1대가 기지에서 북 무인기 대응을 위해 이륙하던 중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의 한 논으로 곤두박질쳤다.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했으며, 군 당국은 민가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에 추락한 KA-1은 KT-1 기본훈련기를 토대로 개발한 전술통제용 항공기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길이 10.9m, 날개폭 10.3m, 높이 3.7m로, 12.7mm 기관포와 2.75인치 공대지 로켓으로 무장한다. 지상군에 화력을 지원하는 공군의 CAS(근접항공지원) 작전 등에 투입된다.

    공군 항공기 추락사고는 올해만 벌써 5번째로, 가장 최근에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C가 지난 달 20일 오후 8시5분께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바 있다. 이 여파로 당초 계획된 2022년 후반기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이 잠정 연기된 채 현재까지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날 북한의 무인기가 수시간동안 우리 영공을 돌아다니면서 항공편 출발이 지연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경우 오후 1시22분부터 오후 2시06분까지 여객기 이륙 10여편이 지연됐다. 같은 시간 김포공항의 경우 국내선 여객기 20여 편이 지연 운행됐다.

    합참 요청에 따른 항공기 이륙 일시 중단은 오후 2시10분을 기해 해제됐다.

    北 무인기 우리나라 영공 침입 5년만…2017년엔 '사드' 촬영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입은 5년 만이다. 지난 2017년 6월 9일 북한 무인기가 강원 인제 야산에서 발견됐었다.

    당시 우리 군의 조사 결과 해당 무인기는 전체 비행시간 5시간 30여분, 비행거리 490여㎞로 파악됐고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촬영한 후 북상하다가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1월에는 경기도 문산 지역에서 북한 무인기가 MDL을 넘어왔다가 군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하자 북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한편, 이날 식별된 무인기는 무인기들의 크기는 지난 2014년 남측에서 발견됐던 북한 무인기들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4년 확보한 북의 무인기 역시 크기는 날개폭 1.9~2.5m, 동체 길이 1.2~2m 등이며, 무게는12~15kg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