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정상화 모임 "이태원 참사, YTN 초기대응 늦어""KBS도 특보체제 돌입했는데 YTN은 옴부즈맨 방영""보도국장, '참사 1보' 나간 뒤 2시간 지나 회사 출근""서울물난리 때와 판박이‥ 긴급사태 때 간부들 증발"
  • 보도전문채널 YTN이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바로 '특보체제'로 전환하는 대신 '녹화물'을 방영하는 등 타사보다 한발 늦은 대응으로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YTN의 공정방송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사원모임(이하 '와정모')은 지난 7일 배포한 성명에서 "현 경영진 때문에 '편파방송'으로 낙인이 찍힌 것도 모자라 YTN을 지탱하던 최후의 보루인 '신속보도·재난방송 최강자'라는 브랜드도 소멸될 위기"라며 "몇 달 전 수도 서울이 잠긴 물난리부터 이번 이태원 초대형 참사까지 YTN의 초기 대응 과정을 들여다보면 바로 현실이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와정모는 "'재난 외면 방송'이라는 오명을 써왔던 KBS마저 '특보체제'에 들어간 마당에 YTN은 무슨 배짱인지 태연하게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시민데스크'를 내보냈다"며 "시청자 항의가 잇따른 건 당연지사"라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시각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서 첫 압사 사고가 발생해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지만, KBS·SBS·중앙일보·뉴스1 등 대형 언론사들이 '보도전'에 뛰어든 건 오후 11시 40분 이후부터였다.

    와정모에 따르면 YTN은 이날 오후 경쟁사들이 '특보체제'로 전환한 시간에 '시민데스크'라는 녹화물을 20여분 방영했다.

    YTN은 오후 11시 44분 "이태원 주점에서 일부 손님들이 인파에 깔려 의식을 잃었다"고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으나, 정규 방송 대신 뉴스를 내보내는 '특보체제'로 전환한 건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부터였다.

    와정모는 "더 가관인 것은 보도국의 기둥을 자처하는 핵심 간부들의 무책임한 대응과 위험 수위를 넘어선 기강 해이"라며 "특히 보도국장은 참사 관련 1보가 나간 뒤 2시간이 흘러서야 회사에 나타났고, 밤새 무엇을 했는지 흔적을 찾기조차 어려웠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특보체제 전환이 늦어진 것을 두고 이번에도 편집부의 '늑장 대응' 탓으로 화살을 돌렸다"고 보도국 수뇌부를 비판한 와정모는 "본인 책임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 '서울 물난리' 보도 때와 판박이다. 이 정도면 '책임 전가'도 고질병"이라고 꼬집었다.

    와정모는 "YTN이 언제부터 '특보체제 돌입'이라는 중대 사안을 편집 데스크, 야근 데스크가 국장과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결정했느냐"며 "정상적인 방송국 맞나? 보도국장은 뭘 했나? 시민데스크를 중단하고 특보에 돌입하라고 지시했어야 하지 않나? 그땐 존재감도 없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책임이 없다는 듯이 지적에만 열을 올리는가?"라고 연달아 물었다.

    "초기 부실 대응은 어떤 이유에서건 보도국 사령탑인 보도국장의 책임"이라고 단정한 와정모는 "지난달 30일 새벽 2시 반쯤 '59명 사망'이라는 긴급 발표가 나왔는데도 보도국 간부 총동원령이 내려지기는커녕 보도의 핵심인 사회부장마저 아침이 돼서야 나타났다"며 "전쟁이 벌어져 부하들이 새벽부터 동원돼 최전선에서 피 흘리며 싸우는데 선봉장을 맡아야 할 장수가 잠이 오던가? 취재기자는 끔찍한 현장에서 심리적 쇼크상태에서도 고군분투하는데 누워있고 싶었나? 부끄럽지도 않나? 말문이 막힌다"고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서울에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도심이 마비됐을 때 당직국장임에도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고 밤 10시에 '칼퇴근'한 사회부장의 행동을 비난한 와정모는 "대한민국의 눈과 귀가 온통 방송으로 향하던 그 시각에, 초긴장 상태에서 현장과 소통하고 지시하고 아이템을 고민했어야 할 바로 그때, 간부들이 증발했다"며 "지난 5년간 집요한 편가르기와 정실인사로 일관한 현 경영진의 '막장 운영'이 불러온 결과물이 참혹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