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밀집, 저녁에 안 좋은 방향" 우려에도… "하루뿐인데 홍보 연구해야"'무법지대' '혼잡' 인지에도 "이태원 클럽가에 클럽문화 재활성화될 수 있도록"용산구의회 2019년 회의록… '할로윈 축제' 안전 대책보다 홍보 방안에 집중
  • ▲ 핼러윈을 앞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핼러윈을 앞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태원 압사 사고'로 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이태원동을 관할하는 용산구의회가 핼러윈 축제의 인구 밀집문제와 안전대책 필요성을 인지하고도 홍보에만 논의를 집중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2월12일 개최된 용산구의회 제245회 행정건설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현미 당시 행정건설위원은 구의회 홍보관계자의 인구 밀집에 따른 위험 우려에도 '하루뿐인' 이태원 축제를 홍보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위원은 "작년에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를 보면서 '이것을 이용해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면 어떻겠나'하는 생각을 좀 했다. 그때 용산이 아주 마비가 될 정도로"라며 "우리가 물론 치안과 안보 이런 것도 다 병행해야 되겠지만, 가장 큰 홍보를 할 수 있는 젊은 세대에게 이태원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에 관계자가 "행정력이 동원이 안 되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는 있지만, 시간이 저녁으로 넘어가면서 상당히 안 좋게 가다 보니까"라고 주저하자, 이 위원은 "(핼러윈 축제에) 용산 지구촌축제보다 더 인구가 많이 온다는 사실에 집중해서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며 "하루잖아요. 하루"라고 강조했다. 

    용산구의회 "핼러윈 축제는 자발적… 무질서 혼란 많아" 문제 인지

    다음날(2월13일) 용산구 복지도시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용산구의회는 핼러윈 축제의 위험에 따른 본격적인 대응방안 및 점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혜영 당시 복지도시위원장은 "핼러윈 축제를 확인해보면 좋지 않은 뉴스들이 좀 있다"며 "'이태원이 굉장히 무법지대다' '여러 가지로 혼잡하다'는 내용들에 대해 고민을 좀 해봐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문화체육과장 역시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지구촌축제'처럼 우리 구에서 예산을 지원한다든가 아니면 이태원관광특구가 직접 운영을 한다든가 하는 사항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이뤄진 축제"라며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이태원 쪽에서 '할로윈데이'라 그래서 축제 형식으로 하다 보니 상당히 무질서하고 혼란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용산구의회는 이렇게 '무질서'가 지적된 이후에도 관련 회의에서 홍보 방안만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안전문제 인지와 대책 논의 필요성은 말뿐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같은 해 11월21일 용산구의회 제252회 행정건설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현미 위원은 "핼러윈 축제 때 인구들이 많이 몰려오는데 거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 않으냐"면서도 "상인들과 회의해 '지구촌축제'와 핼러윈 축제를 같이 통합한다면 좀 더 이태원을 홍보하고 용산구의 많은 영업에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보에 추가 기울어진 모습이다. 
  • ▲ 2019년 12월12일 용산구의회 제252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록. ⓒ용산구의회 회의록 캡처.
    ▲ 2019년 12월12일 용산구의회 제252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록. ⓒ용산구의회 회의록 캡처.
    "지구촌축제와 연계… 날짜 뒤로 미뤄 클럽문화 활성화해야" 홍보 

    다음달인 12월12일 용산구의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서 역시 이 위원은 "젊은 친구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취향을 저격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며 "하나에 집중하는 것을 찾아낸다면 '지구촌축제'가 정말 활성화돼 유명한 축제로 자리매김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핼러윈 축제와 연계해 보면 어떻겠나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준 시의원은 "'지구촌축제'가 10월 말에 하는 핼러윈 축제와 보통 한 보름 정도 차이가 난다"며 "이 날짜를 조금만 뒤로 조정을 하고 이태원 클럽가에 다시 클럽 문화가 만들어지게끔 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는 여타 행사와 달리 지원·운영 주체가 없는 핼러윈 축제의 특성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 축제이기에 도로 통제 등 공권력에 의한 별도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반면 지난 15~16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의 경우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했다. 축제에서는 이태원역 메인 도로를 통제한 뒤 도로 위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자치단체만의 노력이 아니라 경찰서·소방서·상인연합회 등이 다같이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