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소장에 '이정근, 정치권 친분 과시하며 사업가 박씨에게 돈 요구한 구체적 정황' 적시2019년 말 한 중소기업창업투자사 인수 청탁… 이정근 "중기부장관과 친해", 3000만원 수수2020년 4월 "구룡마을 개발 관련 우선수익권 인수 청탁… "대통령비서실장 도와준다" 3억 수수 21대 국회의원선거 과정에서도 돈 요구… "선거자금이 부족하니 도와 달라" 6000만원 수수 등
  •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지난 19일 청탁을 빌미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이정근(59)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을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 전 부총장이 정치권과 친분을 과시하며 박씨에게 돈을 요구한 구체적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4월께 포스코건설이 가지고 있던 구룡마을 개발 관련 우선수익권 인수를 도와 달라는 박씨의 청탁을 받았다.

    이에 이 전 사무부총장은 "(B대통령비서)실장님이 도와 주신다고 했다. C국토부장관과도 친하니 선거가 끝난 후 인수할 수 있게 도와 주겠다"고 답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그러면서 박씨에게 조카의 전세자금 2억2000만원을 요구했고, 같은 해 7월께 자신의 언니 계좌로 도합 2억원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은 돈을 요구하는 도중 박씨에게 B 전 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포스코건설 소유 우선수익권 인수와 관련해 B 전 실장을 대상으로 한 청탁 등의 대가로 받은 돈을 3억1500만원으로 집계했다. 

    B 전 실장은 동아일보에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선거 과정에서도 돈 요구… "선거자금 부족, 도와 달라"

    이 전 부총장은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당 서초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후에도 박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이 전 부총장은 선거 경선일이 다가오자 박씨에게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데 돈이 급하다"  "선거자금이 부족하니 도와 달라. 초선으로 출마한 후보들 중 친한 사람이 있으니 그들도 도와 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 총 6000만원을 수수했다.

    공천이 확정된 뒤인 2020년 3월께도 "내 뒤에 A의원 같은 분들이 있다. 나를 도와 주면 사업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 스폰을 해 달라"며 박씨로부터 5000만원을 입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선거 준비기간인 같은 해 3월25일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4월14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정부 지원금 배정 및 용인 물류단지 개발과 관련된 문제 해결 등 청탁을 대가로 총 2억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산업부 지원금 배정 청탁을 받은 이 전 부총장은 당시 산업부 D장관과 친분을 과시하며 청탁 성사를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전 부총장의 주선에 의해 청탁을 부탁한 액화수소업체 관계자와 당시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만나 재정 지원 등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D 전 장관은 이 전 부총장의 청탁 사실을 묻는 질문에 "이 전 부총장과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으며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근 "중기부장관과 친해"… 3000만원 수수

    2019년 말 한 중소기업창업투자사(창투사) 인수에 어려움을 겪던 박씨는 지인을 통해 이 전 부총장을 처음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로부터 창투사 인수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이 전 부총장은 "E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움직여야 한다. E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관계이니 인사 목적으로 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은 A 전 의원과 B 전 실장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박씨는 같은 해 12월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창투사 인수 청탁 목적의 현금 2000만원을 건넸다고도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은 또 "제가 밥도 사야 하는데 제 돈을 쓸 수는 없지 않으냐"며 박씨에게 1000만원을 추가로 받아갔다고 한다. 실제로 박씨는 창투사 인수에 성공했고, 이 전 부총장에게 감사 인사 등 목적으로 1000만원을 더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E 전 장관 측은 "청탁을 받은 적도, 장관 재직 중 만나거나 전화가 온 적도 없다"며 "밥 사 달라는 문자가 왔는데 만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기업 인사 청탁, 납품 알선, 마스크 업체 문제 해결 청탁도

    이밖에도 이 전 부총장은 박씨와 친분이 있는 발전공기업 관계자들의 인사 청탁 및 박씨 회사의 발전공기업 납품 알선 등을 대가로 현금 6100만원과 명품가방 등 1591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또 마스크 업체 B사의 문제 해결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는 등 모두 합쳐 7억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부총장은 산업부 산하 발전공기업 관련 청탁과 관련해서는 당시 산자위 위원이던 민주당 F의원과 친분을, 마스크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서는 G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친분을 내세웠다.

    이 전 부총장의 부탁을 받은 F의원은 당시 한국남동발전 사장에게 전화해 "관계자가 찾아갈 테니 편의를 봐 주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실제로 면담 또한 성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G 전 처장은 이씨에게 담당 공무원의 연락처를 전달했고 해당 공무원은 박씨의 부인과 만나 마스크 인허가 관련 민원을 청취했다.

    F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부총장과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청탁을 받은 기억이 없다. 청탁이 없었으니 이를 들어준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G 전 처장은 연락처를 전달했을 뿐 이권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알선해 준 대가로 총 9억4000만원, 자신이 출마한 21대 국회의원선거 비용 명목으로 총 3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중 2억7000만원의 경우 알선수재 및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