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넉달 만에 '대통령 탄핵' 물은 넥스트위크리서치리서치뷰 대표가 세운 신생회사… 여심위에도 미등록盧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 지내… 정동영 캠프서 활동與 "제도 허점 노린 미등록 기관 多… 통제 대책 필요"
  • ▲ 여론조사업체 '넥스트위크리서치'의 홈페이지 화면. 이 업체의 대표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의 대표와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 여론조사업체 '넥스트위크리서치'의 홈페이지 화면. 이 업체의 대표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의 대표와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광주 지역 방송의 의뢰를 받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 대표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고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재정실장을 맡았던 '친민주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52.7%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파란을 일으킨 '넥스트위크리서치'의 대표는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 대표를 맡고 있는 A씨와 동일 인물이었다. 넥스트위크리서치와 리서치뷰의 법인 소재지는 호수만 다를 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같은 건물('동XXXXXX')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기관장 A씨, 알고보니 특정 정당 지지자

    A씨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팀 4급 행정관으로 일하다 개인 신상 문제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06년 리서치뷰를 세우면서부터 여론조사 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동영 후보 경선본부에서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민주당 서울시당·경기도당·광주시당에서 정치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는 등 오랜 기간 민주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 같은 A씨의 전력이 공개되자 여권에선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집권 넉달 만에 탄핵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무리수를 둔 이유가 있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실시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8주 연속 차기 여당 대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은 바이든이 맞다는 의견(61%)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정치 보복이라는 의견(51%)이 응답자의 과반을 넘기는 등, 누가 보더라도 민주당의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여론조사기관장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윤 대통령 탄핵 여론조사를 발표한 기관의 대표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이었다는 보도와 관련 "대선 민의를 왜곡하고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야권 선대위원장격으로 편파방송을 일삼는 김어준 씨 마저 최근 여론조사기관을 설립했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시도는 결국 국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국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국민 불신만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기관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면서 의도를 갖고 여론 조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짚은 주 원내대표는 "여론조사는 민심의 바로미터로서 중요 정책 참고자료가 될 뿐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 현안'만 조사·공표… 여심위 검증 교묘히 피해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미등록 업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부터 KBC광주방송과 UPI뉴스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해 온 넥스트위크리서치는 21일 기준으로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 명단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는 매번 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표본 선정, 접촉 현황, 가중값 적용 방법, 설문지, 응답률 등의 자료 일체를 여심위에 제출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검증 받아야 한다.

    반면 미등록 업체는 이러한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이나 정당 대표 적합도 등 정치 현안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대선·총선·지방선거 후보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등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공표할 수 없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론조사인지 여론조작인지 모를 '불량 여론조사'가 판치고 있다"며 "여심위 통제를 받아도 믿기 어려운 조사가 많은데, 심의도 안 받으면서 편향된 조사 결과를 매주 내놓는다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넥스트위크리서치의 경우) 거의 모든 정치조사에 들어가는 정당 지지율을 제외하고 정치 현안을 조사하는 편법으로 여심위 통제 대상에서 벗어났다"며 "특정 정당의 열렬한 지지자가 만든 업체가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가 이미 여심위 등록 업체(리서치뷰)를 운영하고 있는데 굳이 여심위의 통제를 피해 미등록 업체를 따로 만들어 야권이 좋아할 법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며 "A씨의 과거 경력을 보면 충분히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심위 통제 벗어난 여론조사, 공정성 확인 힘들어"

    A씨는 여심위에 등록된 리서치뷰를 놔두고, 굳이 미등록된 넥스트위크리서치에서 여론조사를 한 이유를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여론조사 업체(리서치뷰)를 오래 운영하다보니 일부 응답자에게 업체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독립 법인을 새로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업체와, 아직 대중들이 선입견을 갖지 않는 새 업체의 조사 데이터를 비교해 더 객관적 여론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었다"며 "2020년 총선 직전 심재철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을 때도 탄핵 공감도를 조사했다. 어떤 편향적인 의도가 있던 것은 전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A씨의 해명에 국민의힘은 "여심위에 등록된 업체의 조사결과가 불공정할까봐, 등록되지 않은 업체를 통해 더 엄밀한 공정성을 추구했다는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 공정미디어소위는 21일 배포한 성명에서 "정치 현안만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여심위의 통제를 피해 간 넥스트위크리서치의 조사가 과연 얼마나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선관위는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기관들이 제도의 허점을 노려 사실상 불법적인 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조속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