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상임위 시의원 및 직원, 최근 5년간 세미나 제주도·부산 등 개최행정사무감사·예산안 심사 준비에 지방출장… 관광지 방문·체험 대거 포함올해만 2억여 원 소요, '혈세 낭비' 지적… "편안한 대화 장소 정한 것" 해명
  • ▲ 지난 7월 15일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개원기념식이 열린 모습. ⓒ강민석 기자
    ▲ 지난 7월 15일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개원기념식이 열린 모습. ⓒ강민석 기자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위한 세미나를 서울이 아닌 제주도·부산 등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 개최한 사실이 드러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만 2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됐는데, 주요 일정에 관광지 방문, 행사 체험 등이 대거 포함돼 '외유성 출장'에 혈세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시의회 상임위 시의원들과 직원들이 개최한 세미나 38건 가운데 23건이 제주도에서 개최됐다. 60%에 달하는 수치다.

    2018년에는 11건의 세미나 중 10건이, 2019년에는 12건 중 5건이 제주도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세미나 일정이 제한된 2020, 21년을 지나, 올해의 경우 14건의 세미나가 개최됐는데 이 중 8건이 제주도에서 열렸다. 

    의정활동 세미나는 2시간… 이 외는 모두 관광

    제주도뿐 아니었다. 부산·통영·목포 등 국내 남부지역들도 서울시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위한 세미나 장소로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 10월 상임위별 출장 세미나 일정을 살펴보면, 보건복지위는 부산·통영, 운영위는 경남 남해·통영·창원, 주택공간위는 전남 목포·신안을 출장차 방문했다. 환경수자원위·교육위·도시계획균형위·문화체육관광위·행정자치위·기획경제위·도시안전건설위는 제주도를 2박3일간 다녀왔다. 

    문제는 세미나의 목적이 의정활동 역량 강화, 행정사무감사 준비, 예산안 심사 대비 등에 있는 만큼 예산을 투입해 해당 지역들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세미나 계획에 관광 취지의 일정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10대 시의회 환수위 시의원과 직원들이 6월22~24일 떠난 제주도 일정에서 첫날 2시간은 의정활동평가회 및 정책제언 세미나가 진행됐지만, 이후는 제주허브동산·빛의벙커·함덕해수욕장·서우봉둘레길·산방산 등을 방문하는 관광 일정으로 모두 채워졌다. 

    이번 11대 환수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8월30일~9월1일 전남 순천·여수를 방문한 시의원 및 직원들은 2022년 행정사무감사 접근 방안 모색을 주제로 2시간가량 세미나를 한 후 순천만 습지·갈대밭과 오동도·여수엑스포·향일암 등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했다.
  • ▲ 서울시의회 본회의 전경. ⓒ강민석 기자
    ▲ 서울시의회 본회의 전경. ⓒ강민석 기자
    시의회 '관광 세미나'에 올해에만 2억3948만원 투입

    운영위 역시 지난 5~7일 남해·통영·창원 일대를 방문해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지만 세미나는 40분 만에 끝내고 남해 독일마을을 90분 동안 탐방했다. 도계위는 12~14일 제주도를 방문해 송악산 트레킹, 비자림 생태체험 등 행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관광 세미나'에 든 예산은 매년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억8478만원, 2019년 1억7368만원이 들었으며, 특히 올해는 2억3948만원이 투입됐다. 제주도 방문 세미나의 경우 한 번에 1400만원에서 26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 관계자는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 평소 상임위 직원들과 다른 당 시의원들이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적은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장소를 정한 것"이라며 "지방선거로 시의회 다수당이 바뀌는 등 변화가 많았는데 행정감사를 앞두고 각 정당의 철학이나 전략을 논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나 "시의회 의원들만 '서울 밖 세미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도 외부 세미나를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며 "시청이나 구청의 특정 부서 거의 모든 직원이 외유형 출장을 상시적으로 떠난다면 언론이 그냥 두고 봤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