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후 '이재명 책임론' 외치던 친문계… '어대명'에 침묵 모드친문 "李 대세론에 전당대회 흥행 실패… 컨벤션 효과도 없어"전해철 "당헌 80조 개정 안 돼… 문재인 대표 때 의결한 혁신안"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흥행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계가 존재감을 못 드러내면서 이재명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확대명' 기류에 전당대회 흥행 부진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첫 순회 경선 결과가 발표된 5개 지역(강원·경북·대구·제주·인천)의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은 44.66%로 집계됐다. 권리당원 3분의 2 가량이 투표를 안 한 셈이다.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재명 의원은 5개 지역 모두에서 7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후보 8명 중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4명의 의원(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이 당선권에 들었다. 

    친문을 자처하는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득표율 2위를 기록했다. 또다른 친문계 최고위원 후보인 윤영찬 의원은 득표율 6위를 기록하며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다.

    당 안팎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안개 속에 빠진 박용진·강훈식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이 이런 기류를 한층 더 짙게 만들었다.

    둘의 지지율이나 득표율을 단순 계산해 합해도 이 의원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미비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내에서 이 의원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시피 하다. 박 의원만이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고 있으며, 강 의원은 도리어 이런 박 의원의 행태를 비판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이재명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친문계 의원들이 조용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주류인 친문계와 신흥 세력인 이재명계 사이에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 터였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 친문인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끝내 당대표 출마를 고사하며 이 의원의 독주가 이어졌다. 이를 기점으로 이 의원과 다른 후보들 간 체급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친문, '당헌 80조' 개정 추진에 반발 조짐

    친문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전해철·홍영표가 나왔어도 지지율이 높았을 거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최근 친문계 의원들이 당내 현안에 침묵하는 것과 관련 "친문이 단일한 정치 그룹으로 형성돼 있는 건 아니다. 홍영표와 가까운 그룹, 전해철과 가까운 그룹 등이 있다"며 "청와대 출신들도 정치적 입장이 다양하다. 입장을 통일해 특별히 이야기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친문계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김 전 지사가 나온다고 해도 급히 모여 구심점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만들어지면 모르겠지만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문계 의원은 "이재명 대세론에 전당대회가 흥행하지 못 하는 건 심각하다"며 "앞으로도 컨벤션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계의 약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민정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에서 얘기하는 친명이 (지도부로) 다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이 의원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이재명 방탄'을 위한 당헌 80조 개정 논란을 매개로 친문계 의원들의 반격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개딸(개혁의딸)'의 요구로 시작된 당헌 개정 논란에 이 의원도 개정 찬성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전해철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헌 80조 개정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며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기소 즉시 직무정지'규정을 명시한 당헌 제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을 겨냥해 "대선과 지선 패배에 대한 제도적 평가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와 연관된 당헌 개정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직격했다.

    앞서 친문계 한 의원도 본지와 통화에서 "굳이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오해까지 받아가며 개정할 이유가 없다"며 "왜 지금 개정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