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안철수, 장제원 주도 포럼서 악수… '반 이준석' 연대 가시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행사에 친윤(親尹)계 의원들이 대거 집결했고,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참석해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당 내 지지기반이 없는 안 의원이 친윤계와 접점을 늘리면서 국민의힘 내부 세력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특히 자신과 장 의원을 두고 '간장 한 사발'(간 보는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 합성어로 해석)이라고 비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속이 타나 보죠"라고 응수하며 각을 세웠다.

장 의원이 좌장인 '대한민국미래혁신포럼'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포러에서 '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경제·안보위기 속 대한민국의 혁신 방안을 강연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검사 출신 권성동 원내대표, 정점식·유상범 의원, 당선인대변인을 지낸 배현진 최고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기획위원으로 활동한 윤창현 의원 등 친윤계가 결집했다.

친윤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정 의원은 인사말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당시 '별의 순간'을 제게 가장 먼저 말씀하셨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서 전하라고 했다"며 "별의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말을 제가 아주 조심스럽게 (윤 대통령에게) 전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초선인 안 의원은 친윤계와 스킨십을 강화하며 당 내 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친윤계 정점식 의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대선기간 윤 대통령과 안 의원 간 단일화 협상을 주도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런 두 사람의 연합 행보가 본격화하자 이준석 대표는 경계심을 높였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같은 지역구(노원병)를 두고 총선에서 다퉜던 오랜 앙숙이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자신을 둘러싼 당의 내홍을 두고 장 의원이 '이게 대통령을 도와 주는 정당이냐'고 비판했다는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디코이(decoy·유인용 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했다"며 "다음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날인 26일에는 페이스북에 "흰머리 세 가닥을 동시에 처음 뽑아본다"고 적기도 했다.

'미끼'는 친윤계인 배현진 최고위원을, '간장'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간철수'(간 보는 안철수 의원)와 장 의원의 성을 딴 것으로, 흰머리 세 가닥도 이들 세 명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선 이후 자신이 띄운 혁신위원회 등을 두고 최근 배현진 최고위원이 공개 비판 하는 등 안 의원이 친윤계와 가까워지자 두 세력이 연합해 자신을 흔들고 있다고 의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 의원은 이 대표와 갈등설을 일축했다. 장 의원은 모임 후 "이준석 대표와 저와 어떤 갈등이 있느냐"며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간장 한 사발과 관련해서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안 의원은 강연 후 간장 한 사발 발언에 따른 견해를 묻자 "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속이 타나 보죠"라고 웃으며 응수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다음달 7일 이 대표의 성 상납 관련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따른 징계 심의를 예고한 만큼 친윤계와 자신의 만남을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뜻이다.

안 의원은 다만 공부모임 구성 계획과 관련해서는 "따로 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다. 여러 공부모임에 참여해 공부하는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미래혁신포럼에) 가입할 것"이라며 친윤계와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하지만 많은 여론조사기관에서 10%p 이상 승리할 것이라 예견했는데 왜 선거 결과가 0.7%p 차이밖에 되지 않았느냐에 대해 국민의힘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2년 후 총선은 어떻게 될지 전망이 서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