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조합원, 현장서 선전전 계속…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하라"원희룡 국토부장관, 총파업 이후 현장 첫 방문, 강경 대응 여부 주목
  • ▲ 1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ICD(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모여 총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 1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ICD(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모여 총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삐익~ 삐익~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운임제 확대해야 한다."(화물연대)
    "국민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단체행동은 단호히 끊어야 한다."(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정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탓에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파업 여파로 운송사들은 계약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화주들과 갈등을 빚는 등 물류계부터 산업계까지 전방위적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 ▲ 14일 오후 1시 인천 신항선광 컨테이너터미널 입구. 평소 컨테이너를 나르는 화물차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이다. ⓒ서영준 기자
    ▲ 14일 오후 1시 인천 신항선광 컨테이너터미널 입구. 평소 컨테이너를 나르는 화물차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이다. ⓒ서영준 기자
    뉴데일리는 14일 인천항과 경기도 의왕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오후 1시쯤 인천 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로 향하는 길 가드레일 벽면과 주차된 화물차에는 화물차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입구로 들어서자 움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집회 측과 맡은 자리를 지키는 10여 명의 경찰이 보였다. 커다란 터미널 입구와 그 너머로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입구로 들어서는 화물차는 1분에 4~5대 꼴로 많지 않았다. 

    한 경찰은 "(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 입구가) 평소 같았으면 화물차들이 수십m씩 길게 줄을 서서 들어가는 곳이지만, 현재는 듬성듬성 들어온다"며 "지금 보이는 화물차들도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차"라고 말했다. 

    이 경찰은 "주변에 아파트나 주택단지가 없어 다행히 민원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24시간 집회가 이어져 집회 측과 경찰 측 모두 피로감이 쌓인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과 대화하던 중 "삐-익"하는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휴식을 끝낸 화물차연대 조합원들이 다시 집회를 진행할 준비를 했다. 확성기를 잡은 이는 "우리 노동자들이 더욱 단결해 총파업을 승리하자"며 조합원들의 사기를 복돋웠다. 

    현장의 한 조합원은 "아르바이트도, 택시도 최저임금과 기본요금이 있듯이 우리도 기본적인 운임요금인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면서 "화물차를 모는 사람들은 '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인데, 그렇다면 '노사'가 아닌 '사업자 대 사업자'로 서로 간의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 14일 오전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한 폐기물 처리장ⓒ서영준 기자
    ▲ 14일 오전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한 폐기물 처리장ⓒ서영준 기자
    총파업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한 폐기물처리장은 시멘트·철근 등 주로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화물차들이 운반해 처리하는 곳이다. 현장 관리자는 "평소 같으면 하루에 30대 가까운 화물차가 폐기물을 운반해 오지만, 오늘은 단 2대밖에 오지 않았다"면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처리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계속 일을 미루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처리장으로 들어선 김모(60대 중반) 씨는 "화물연대 측이 개인 화물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에게도 파업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파업이 길어질 수록 우리도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 ▲ 14일 인천 신흥동에 위치한 한 가교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가한 화물차들이 늘어져있다. ⓒ서영준 기자
    ▲ 14일 인천 신흥동에 위치한 한 가교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가한 화물차들이 늘어져있다. ⓒ서영준 기자
    이날 오전 11시30분 경찰은 수도권 물류거점인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입구를 통제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전날에는 화물차량의 출입을 방해한 조합원 13명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조합원들과 경찰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에도 200여 명의 조합원이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 확대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왕 ICD 주변에 길게 늘어선 컨테이너 차량에는 '기름값 폭등에 화물노동자 다 죽는다' '유가폭등 대책 마련하라' 등의 문구가 담긴 유인물이 붙었다. 우려와 달리 이날 집회는 감정적 대응을 보이지 않은 집회 측의 협조로 큰 대치상황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저임금 적용 안 되는 운송시장… 빛 좋은 개살구"

    이영조 화물연대본부 사무국장은 "화물운송 매출이 1500만원이라면 일반시민들이 많이 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기름값 800만원, 할부 400만원, 톨게이트 비용, 식비 등을 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와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두 가지에만 적용된다"며 "제도가 올해를 기점으로 끝나기에 그나마 있는 유일한 제도마저 사라질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해당 제도가 출발 태생부터 일몰제를 갖고 태어난 제도인데 이것조차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출발조차 할 수 없다"고 우려한 이 국장은 '"이미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이 버젓이 있는데 의원들은 아무 일도 안 한다"며 "그냥 계류만 시키고 해 주기 싫은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 ▲ 14일 의왕 ICD 주변에 길게 늘어선 컨테이너 차량에 화물연대 측이 총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었다. ⓒ진선우 기자
    ▲ 14일 의왕 ICD 주변에 길게 늘어선 컨테이너 차량에 화물연대 측이 총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었다. ⓒ진선우 기자
    "대부분 국민 입장에서 결단 내릴 것"

    물류마비가 길어지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다급해진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의왕 ICD 현장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방문했다. 총파업 이후 원 장관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 장관은 물류회사 등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화물운송차주들의 어려움도 공감하지만, 일방적으로 '나만 살자. 국민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집단행동은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이어 "국토부장관으로서 화물연대에 정식으로 요청한다"며 "화물연대 집행부가 결단을 내리면 합의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의왕 ICD 로비에서 취재진과 만난 원 장관은 "애로사항이 많고 이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지만, 화물차주들의 정당한 요구들에 대해서는 서로 잘 반영해 '함께 살자'는 식의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한편 인천 신항 터미널의 경우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이 93%를 넘어선 터미널도 나왔다. 전국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 평균은 72.7%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