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미 3년 전 사퇴 압박 받은 기관장들 조사… 손광주 "통일부차관이 사표 제출 요구"교육부 산하 기관 이사장도 사표 압박 받아… "교육부 과장이 직원 통해 이야기 전달"
  • ▲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과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직 이사장 A씨를 지난 2019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민석 기자
    ▲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과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직 이사장 A씨를 지난 2019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민석 기자
    검찰이 문재인정부 초기 통일부·교육부 등에서 사표를 내고 물러난 일부 기관장을 상대로 이미 참고인조사를 끝내고 사실상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최종 판결이 나온 만큼 검찰이 이를 선례로 삼아 교육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대상으로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과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직 이사장 A씨를 2019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손 전 이사장과 A씨는 2017년 8월 직책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은 임기를 1년여 남긴 상태에서 사표를 썼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3월 박근혜정권에서 임명된 국책연구기관장·정부산하기관장들이 문재인정부 초기에 강압적으로 밀려났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어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과 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11명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손광주 "윗선에서 사표 받아오라고 했을 것"

    손 전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천해성 당시 통일부차관과 통일부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정권이 바뀌게 되면 기관장들이 사표를 내고 새 정부에 부담을 안 주는 것이 관례니까 알아서 사표를 제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제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손 전 이사장은 "천 전 차관이 사표를 제출해 달라고 얘기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산하 기관 이사장이었던 A씨 역시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대선이 끝나고 1∼2개월 뒤 교육부 국장과 과장이 찾아왔고, 2∼3주 뒤에는 과장이 혼자 찾아와 '사표를 갖고 와야겠다'는 얘기를 직원을 통해 전달했다"며 "(배경은) 그 윗선이 아니겠나 추측한다. 다른 기관장들도 100%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이사장의 잔여 임기를 항상 존중해왔다"며 "현 정부 사람들이 내로남불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검찰,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 전망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직 기관장들이 비슷한 논란이 일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유죄로 결론남에 따라 통일부·교육부의 블랙리스트 의혹도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 출신의 김경수 변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도 2019년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사건으로 묵혀졌다 올해 들어 수사가 이뤄졌다. 당시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억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라며 "검찰로서는 분위기가 직접 수사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쪽으로 바뀌자 수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선고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김은경 전 장관이 징역 2년을 최종 선고받았는데, 이 판례에 따라 검찰이 교육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의혹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고 내다본 김 변호사는 "검사로서는 고발·고소된 사건은 무혐의를 내리든, 기소하든 수사해서 결론을 내야 하기에 이번 건도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