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수처에 특활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공개 요구공수처 특활비·경비 공개 거부… 업추비도 '대상·용처' 등 핵심은 비공개법조계 "불성실한 답변 태도… 타 수사기관 나쁜 점만 그대로 답습" 비판
  •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종현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종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및 지출 증빙서류 사본을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특활비 등이 공개될 경우 '수사 기밀'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의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특활비 등의 집행 내역을 증명할 수 있는 지출 증빙서류를 디지털 국가 예산·회계시스템 ‘디브레인’에서 내려받은 원본 그대로 제출하라고 단서로 달았다. 

    공수처는 그러나 업무추진비만 공개하는 것에 그쳤다. 공수처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은 김진욱 공수처장, 여운국 공수처 차장, 박명균 정책기획관, 김성문 수사2부 부장검사, 최석규 수사3부 부장검사가 사용한 월별 금액이 전부다. 

    김 처장의 경우 2021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242건 사용했고, 합계 2630만3000원을 썼다. 여 차장도 같은 기간 141건, 합계 1329만3000원을 결제했다. 박 기획관은 같은 기간 189건, 1394만원을 결제했다.

    김 부장검사와 최 부장검사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각각 102건(1006만8000원), 104건(642만1000원)을 결제했다. 월별로 어디에서 얼마를 집행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처나 목적이 올바르게 집행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관장들 '비자금'으로 불리는 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는 기관장들의 ‘비자금’으로 불린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통해 편성되는 예산이지만, 지출 용도의 제한이 뚜렷하지 않고 사용처 관리가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경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재직 당시 하루에 식사만 18번을 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수처가 아예 비공개 처리한 특활비나 특정업무경비도 그간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 수행에 들어가는 경비를 말한다. 검찰·경찰·공수처 등 주요 수사기관이나 법무부·감사원 등 감사 및 예산기관 직원들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특활비 사용에 별도의 증빙이 필요하지 않고, 사용 내용도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은 그간 검찰 등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특활비 집행 내역 등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꾸준히 선고했다. 법원은 지난 1월 한 시민단체가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특활비 등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1월~2019년 9월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이 지출한 특활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의 집행정보와 지출 증빙서류를 제3자의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검찰도, 공수처도 '수사 기밀' 핑계 대며 공개 거부

    검찰은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수사 기밀'을 핑계로 댔으나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수사활동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2018년 6월 납세자연맹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사용된 특활비의 구체적 내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청구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으나 법원은 공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헌 "공수처, 폐지해야 하는 이유 스스로 만들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으로 활동했던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가 굉장히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마치 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기관 같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업무추진비의 경우 사용 목적과 사용처 등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고, 맞는 것으로 안다"며 "공수처가 자신들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특활비나 업무추진비 공개를 요청한 것은 사용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를 감시하기 위함인데, 공수처는 무엇 하나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없다"며 "국민의힘이 요청하니 그나마 면피 식으로 업무추진비만 공개했는데, 그것도 사용 목적이나 사용처, 사용 대상 등은 전부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뭐가 그렇게 떳떳하지 못하기에 (특활비 사용처를) 숨기는 거냐"며 "기존 수사기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겠다더니, 안 좋은 것만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