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운전자 폭행 등 혐의 첫 공판… "객관적 사실관계 인정하지만 만취상태였다"증거인멸교사 혐의는 부인… "기사가 자발적으로 블랙박스 영상 삭제"
  • ▲ 이용구 전 법무부차관이 자신의 운전자 폭행 등 혐의 재판에 출석 중인 모습. ⓒ강민석 기자
    ▲ 이용구 전 법무부차관이 자신의 운전자 폭행 등 혐의 재판에 출석 중인 모습. ⓒ강민석 기자
    술에 취해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차관 측이 첫 공식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감형 받기 위한 전략으로 만취와 시비를 분별하지 못하는 장애 상태인 '심신미약'을 주장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1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과 특수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씨의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만취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

    이 전 차관 측은 "운전자 폭행(혐의)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만, 음주를 하고 만취한 상태여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며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 당시 차량 운행 중이었는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주장을 폈다.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부인했다. 이 전 차관 측은 "(택시기사 B씨가) 경찰 조사 중 거짓말이 탄로날까 봐 자발적 동기에 의해 삭제한 것"이라며 "피고인은 B씨가 동영상을 (외부에) 전송할 때 언론이나 정치공세에 시달릴까 봐 우려해 (삭제를)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조 전문가인) 피고인은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이미 확보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제한 이 전 차관 측은 "증거인멸 고의가 있었는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해 11월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는 택시기사 B씨에게 욕설을 하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는 차량 내 블랙박스에 모두 녹화됐다. 

    이 전 차관은 또 이틀 뒤인 11월8일 B씨를 만나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며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는다. B씨도 합의 후 영상을 지워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하차 지점 묻는 택시기사 목 조르고 막말하고 욕설 내뱉어

    당시 영상에는 B씨가 "여기 내리시면 되느냐"면서 하차 지점을 묻자 이 전 차관이 대답 대신 "이 XX놈의 XX"라며 욕설을 뱉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B씨가 "저한테 욕하신 거냐"고 항의하자, 이 전 차관은 뒷자리에서 팔을 뻗어 B씨의 목을 조르며 "너 뭐야"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B씨가 "신고하겠다. 목 잡았다. 다 찍혔다"고 말하자, 이 전 차관은 목을 조르던 손을 풀고 몸을 뒤로 옮겼다. 

    이 사건 발생 직후 신고를 접수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이 전 차관에게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한 뒤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 전 차관이 2020년 말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폭행 사실이 알려지며 재수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 폭행 혐의에 '반의사불벌죄'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나며 '봐주기' 논란이 일었고, 검찰은 사건 담당이었던 A씨를 특수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