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구속됐던 김석규 전 국정원 방첩국장 "억울하게 감옥 갔다, 하지만 반드시 윤석열이 돼야 나라를 살린다" 호소익명의 전직 간부 "내가 모시던 원장 4명과 내 손에 수갑 채웠다… 하지만 윤석열 외엔 대안 없다, 이 길밖에 없지 않은가"
  • ▲ 퇴직한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에 모여 '정권교체와 윤석열 지지'를 비롯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 퇴직한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에 모여 '정권교체와 윤석열 지지'를 비롯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는 퇴직한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모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선언대회'를 열었다. 

    이상연·권영해·이종찬·김승규 등 전직 국정원장을 비롯한 전직 차장과 국장급 간부 등 100여 명의 국가 최고 정보기관 퇴직요원들은 이 자리에서 "사상 초유의 국가안보 위기를 맞아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국가정보원 기능 회복"을 촉구하면서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적폐청산' 수사를 통해 전 국정원장 4인을 비롯한 국정원 간부 40여 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국정원 전직 요원들이 윤 후보를 곱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지난 7일, 국정원 전직 모임을 이끌고 있는 염돈재 전 노무현 국정원 제1차장이 '적폐청산' 수사로 구속돼 형을 살았던 전 국정원 간부의 호소문을 뉴데일리에 보내왔다. 그는 바로 김석규 전 국정원 방첩국장으로, 2021년 3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7개월을 선고받았다.

    김 전 방첩국장은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윤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동료들을 향해 호소했다. 본지는 자신을 "억울하게 감옥에 갔다 온 사람"이라고 소개한 김 전 국장이 전직 요원들에게 보낸 '윤석열 지지선언문' 전문을 싣는다.

    국가정보원 前 방첩국장 김석규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 초기 촛불광풍과 정치보복의 일환으로 추진된 적폐청산에 휘말려 제가 수행한 이적단체 간부 내사, 대북 불법송금 관련자 내사 등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추진과 관련, 직권남용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갔다 온 사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前 정부 고위공직자들에게 정치보복을 하였고 정권 내내 외교, 안보,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 난맥상을 드러내고 국정을 파탄 냈습니다.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여러 가지 문제점은 있지만 동북아 지정학적 관계로 잘 관리해야 하는 한일관계도 완전히 무너뜨린 후 더 이상 구제책이 없어 아무 소득 없이 되돌리려고 하니 체면만 깎인 상황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다 알고 계셔서 남북관계, 경제 등 국정 전반에 걸친 난맥상을 말하면 입만 아플 지경입니다. 정부가 잘못했으면 선거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치교체라는 희한한 말로 이 정부가 어질러 놓은 쓰레기를 뭉기적 대며 후계자 이재명을 다시 지지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어떻습니까? 대장동 사건을 물론, 잘못된 안보관, 대북관, 경제관으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는 망국의 길로 가게 될 것이 눈에 훤히 보입니다. 이제 모두 힘을 합쳐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여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합시다.  
  • ▲ 지난해 12월 30일 국정원 전직 모임이 청와대 앞에서 전직 국정원장 4명에 대한 사면·복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해 12월 30일 국정원 전직 모임이 청와대 앞에서 전직 국정원장 4명에 대한 사면·복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다음은 익명의 어느 전직 국정원 간부가 적폐청산 수사 피해 동료들에게 보낸 '윤석열 지지 호소' 문자메시지다. 본지가 입수한 메시지 중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일부는 문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표현을 고쳐 역시 전문을 싣는다.

    윤석열 (후보) 지지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이재명 (후보) 같은 사람을 이 나라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모시던 두 대통령, 우리 친정집 전 원장 네 분의 손과 내 손에 수갑 채운 사람이지만 이 길밖에 없지 않습니까?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 이 길인데 뭘 주저합니까? 눈치 보다 우크라이나 지지선언 못하여 미 상무국 호혜대상 32개국에도 빠지고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대책 긴급통화 세계 정상그룹에도 못 끼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계자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순 없지 않습니까?

    원전 스톱시켰다가 도저히 안 되니 갑자기 향후 20년 동안 계속 원전 돌리겠답니다. 한 자리 숫자 IQ도 아니고...

    한편, 전직 국정원 모임 측에서는 윤 후보의 과거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본지에 밝혔다. 견해를 전한 염돈재 전 국정원 제1차장은 "청와대의 지시와 국정원 요청으로 수사를 담당한 윤석열 중앙지검장으로서는 적극적 수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게 적폐수사로 형을 받은 국정원 직원들의 입장"이라며 "윤석열 후보 개인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지만 청와대 지시에 의한 정치적 목적의 '적폐청산'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나라의 장래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 옳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돼 3월5일 국정원 전직들의 윤석열 후보 지지대회에서 적극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