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맞아 정호승 시인 '유관순' 시 페이스북에 공유"미친년 기어이 간다" 등 유관순 열사 비하성 표현 담겨이준석 " 3·1절에 유관순 열사 모욕, 국민들께 사죄하라"이병훈, 게시글 삭제 후 사과문 "시 맥락 이해 부족"
  • ▲ 이병훈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이병훈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이 3·1절을 맞아 정호승 시인의 '유관순' 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 시는 유관순 열사를 '미친X'로 표현해 논란이 일었고, 정호승 시인이 사과까지 했었다.

    이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3월 1일 오늘이면 유관순 열사가 여전히 태극기를 흔들고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제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섰던 선열들을 기리며 시 한 편 올립니다"라며 정호승 시인의 '유관순' 시를 올렸다. 

    시는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는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새끼줄에 속치마에 뿌려놓고 그리워 간다. 그리운 미친년 기어이 간다. 이땅의 발자국마다 입맞추며 간다"며 끝을 맺는다.

    이 의원은 게시글 말미에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애국충정으로 민족의 밝은 등불이 돼주셨던 선열들의 뜻을 받들고 그 정신을 계승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원작자가 직접 사과까지 했던 시를 들고 오다니" "유관순 열사 유족들에게 알려드리겠다"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정호승 시인의 '유관순' 시는 1979년 발표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 처음 실렸다. 이후 2013년 5월 한국시인협회가 발행한 시집 '사람'에 재수록되면서 유관순 열사 유족들에게 알려졌다. 유관순 열사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정 시인은 35년 만인 지난 2013년 공개사과했다. 

    당시 정 시인은 이틀에 걸쳐 4개 중앙일간지 광고란에 사과문을 내고 "특정낱말(그리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창녀, 문둥이)을 사용함으로써 35년 동안이나 유관순 열사의 고귀한 명예를 욕되게 하고 애국애족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 앞으로 정호승의 이름으로 발간되는 어떠한 시집에도 연작시 '유관순'이 영구히 게재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야권은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은 하필 삼일절에 유관순 열사를 모욕한 것에 대해 당차원에서 국민들께 사죄하라"고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청년보좌역도 "대놓고 '미친X'라는 비하가 들어간 시를 공유하며 순국선열을 욕보이냐"며 "민주당 집단 광기의 끝은 대체 어디냐"고 비판했다. 

    이병훈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게시글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드린다. 3·1절을 맞아 올린 게시물에 부적절한 시를 인용해서 물의를 빚었다"며 "해당 시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시인이 사과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유관순 열사나 선열들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