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전결규정, 부서 개편 등 동시 진행… 모두 수사 절차에 대한 지청장 통제권 키운 것지난해 7월 말 김오수 전화 받은 박은정… 같은 해 8월 내부 결재규정 동시 개편
  • ▲ 박은정 성남지청장. ⓒ뉴시스
    ▲ 박은정 성남지청장. ⓒ뉴시스

    박은정(50·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의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이 연일 확산하는 모습이다. 박 지청장이 성남지청에 부임한 직후부터 내부 전결규정과 부서 등을 동시에 개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박 지청장의 이 같은 조치는 성남FC 후원금을 대상으로 한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자신이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4일 동아일보는 성남지청이 지난해 8월10일자로 일선 검사들이 범죄첩보 등을 입수한 후 대검찰청에 보고하는 '정보보고 결재'를 지청장 승인을 받도록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검찰청의 경우 정보보고는 부장검사나 차장검사 전결로 이뤄진다.


    대검 정보보고 결재, FIU 자료 요청 등 절차 '지청장 직접 통제'로 변경


    아울러 대검에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자료를 요청할 때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도 지청장 결재를 받도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 처리와 관련한 내부 갈등 때문에 이 같은 규정 변경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성남지청 수사팀은 네이버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39억원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팀은 이를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와 그 가족을 포함한 FIU 금융자료를 대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남FC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박하영(48·31기) 차장검사는 대검에 FIU 금융자료를 요청하면서 박은정 지청장의 결재 없이 전결 처리했다. 박 지청장은 같은 달 말 김오수 검찰총장으로부터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FIU 금융자료 제공 요청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전화로 받았다고 한다.


    이후 지난해 8월10일자로 금융자료 제공 요청 등이 '지청장 전결'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지청장이 김 총장의 전화를 계기로 자신의 결재 없이 금융자료 제공 요청 등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성남지청 "기관장 부임 후 전반적 규정 정비 차원"


    다만 성남지청은 위임 전결규정 조정 이유를 "기관장 부임 후 전반적인 규정 정비 차원에서 타 청의 규정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또 부서 전담 업무 변경과 관련해서는 "정기 인사에 맞춰 부장검사와 전체 검사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며 "성남FC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인사 후에도 그대로 그 사건을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 "성남FC 수사 막기 위해 손 쓴 것 아닌가 의심"


    법조계에서는 박 지청장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수사를 막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뉴데일리에 "규정을 바꾼 시기를 봤을 때, 성남FC 사건 수사와 관련해 김 총장에게 질책을 받은 시기와 상당히 가깝다"며 "또 수사를 담당하던 박하영 차장검사도 '더 근무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봤지만 방법이 없었다'고 한 만큼 박 지청장이 성남FC 수사를 막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빠르게 손을 쓴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 지청장은 2020년 법무부 감찰 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감찰·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상관인 류혁 감찰관에게 보고 없이 윤 전 총장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관 패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친정부 성향' 검사로도 불리는 박 지청장은 지난해 7월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성남지청장은 검찰 내부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의 요직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