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역화폐 예산 삭감에… "홍남기, 따뜻한 방 안에서 정책 결정"李 측 하준경 교수 "집주인들이 임차인 내쫓아" 與 임대차3법 비판
  •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차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차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정체를 겪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잇달아 비판하고 나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꺼내든 이 후보의 차별화 카드다. 

    "홍남기, 따뜻한 방 안 책상에서 정책 결정"

    이 후보는 15일 당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와 민주당의 행태를 연이어 비판했다. 첫 화살은 '나라 곳간지기'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했다. 

    이 후보는 "홍남기 부총리를 포함한 정책결정 집행자 여러분들께서 따뜻한 방 안 책상에서 정책결정을 하는 것이 현장에서는 정말로 멀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국가경제의 총량은 좋아진다고 하지만 지금의 서민경제가 현장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해 보시기를 권유한다"고 날을 세운 이 후보는 "다수의 국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감각도 없이 필요한 예산들을 삭감하는 것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 후보의 비판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지역화폐·골목상권살리기운동본부 농성 현장'에 방문해서도 계속됐다.

    이 후보는 "(지역화폐가) 실제로 경제를 살린다. 현금 300만원 받아봤자 밀린 월세 내면 그만이지만 300만원 소비쿠폰을 주면 소비를 한다"며 "경제를 순환시키는 효과가 분명한데 경제전문가 홍남기 부총리는 왜 그것을 모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지역화폐 관련 내년도 예산이 2403억원만 책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지역화폐 예산(1조2522억원)에 19% 수준에 불과하다. 또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정부를 향한 불만을 드러내 차별화를 가져가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민주당 향한 높은 기대, 실망으로 변질"

    이 후보의 비판은 민주당으로도 향했다. 이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 "우리 국민들께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해 주셨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 높은 기대만큼 실망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 후보는 1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를 방문해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하다못해 대통령후보가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돼 있어서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정책 비판에는 이 후보의 '경제 책사'가 직접 나섰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전환적공정성장위원장을 맡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8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공정경제 등을 다뤘지만,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경선 종료 한 달 만에 각 세우기… 與 내부서도 우려

    하 교수는 또 "(문재인정부) 집권 직후 돈의 흐름을 다른 곳으로 돌렸어야 하는데 임대사업자 양성화 정책 등으로 부동산으로 쏠리게 했다"며 "임대차3법은 취지는 좋았지만 집주인들이 임차인을 내쫓고 들어와 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 측이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확장성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비교적 최근 경선을 마치고 후보로 확정되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후보 간 지지율이 두자릿수로 벌어지는 등 상당한 격차가 나는 모습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후보의 지지율은 45.6%로 이 후보(32.4%)를 13.2%p 앞섰다.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2~13일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조사 결과 윤 후보는 45.4%, 이 후보는 3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조사에서 모두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두자릿수 차이로 이 후보를 앞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런 차별화 전략이 지속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0일 종료된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지 갓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벌써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당의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 수준을 지키는 상황에서 무리한 차별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경선에서는 친문 표심을 얻기 위해 애썼던 이재명 후보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각 세우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문제는 양측의 합의된 '각 세우기'가 아니라는 점인데, 여전히 이재명 후보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우리 당의 전통 지지층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이 후보가 벌써 대통령당선인 행세를 한다고 비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이미 정권을 넘겨받은 듯이 정부에 호통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임기 말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이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기사에서 인용한 두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