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억원대 예산 태양광사업… 조합 측, 서울시 자문위 내부정보 이용해 사업 따내일부 SH 임대아파트선 주민 동의도 받지 않고 '베란다형 태양광'… 저층·북향도 설치박원순 서울시, 부지 제공·무이자 융자 과도지원… 보급업체 37% 폐업, A/S도 없어
  • ▲ 서울의 한 아파트 1층에 설치된 베란다형 태양광이 나무 그늘에 가려져있다. ⓒ서울시 제공
    ▲ 서울의 한 아파트 1층에 설치된 베란다형 태양광이 나무 그늘에 가려져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감사 결과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 추진된 태양광 보급사업이 발전 효율이나 설치 기준에 따른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태양광사업과 관련 "시작부터 진행 과정, 사후관리까지 공정성·효율성·지속가능성 등 측면에서 전반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박 전 시장이 추진했던 태양광 보급사업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56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태양광 보급사업에서는 서울시 태양광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원전하나줄이기실행위원회' 위원들이 태양광 보급업체(태양광협동조합) 임원으로 활동하는 등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원순 서울시, SH 임대아파트에 태양광 설비 대량 설치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자문위원회를 통해 얻은 내부정보를 바탕으로 태양광사업을 사전에 준비했다. 또 사업 초기 이들 협동조합의 요구사항을 서울시가 수용해 주면서 공공부지 제공, 설치자금 무이자 융자, 발전차액 지원 확대 등 과도한 지원제도가 도입된 사실도 밝혀졌다.

    서울시 감사에서는 박 전 시장 당시 시가 물리적 목표 달성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아파트에 베란다형 태양광 설비를 대량 설치했고, 일부 임대아파트의 경우 주민 동의 없이 설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서울시 내 공동주택은 12만472가구인데, 그중 39.6%(4만7660가구)가 SH 임대아파트였다.

    SH는 2017년 268가구, 2020년 1366가구에 입주자 동의도 받지 않고 베란다형 태양광을 설치했다. 태양광 설비는 아파트의 전체적 미관이나 빛 반사 등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전에 입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아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SH 임대아파트 설치 설비 8%는 저층… 31.2%는 동·서·북향 설치

    태양광 설비가 저층(1~3층)에 설치돼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사례도 상당수 발견됐다. 전체 SH 임대아파트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 4만7660개 가운데 8.0%(3838개)는 1, 2층에 설치됐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동·서·북향에 설치된 설비도 전체의 31.2%(1만4877개)에 달했다.

    SH의 '세대용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적용 검토(안)'에 따르면, 임대아파트 태양광 설비는 하루 일조량이 3시간 이상이며 남향, 3층 이상, 민원 발생 우려가 없는 곳에 설치하도록 했다.

    여기에 2014~19년 설치된 태양광 설비 7만3671개 가운데 37.0%(2만7233개)는 보급업체가 폐업해 정기 점검을 받지 못하는 등 사후관리가 부실했다. 나머지 4만6438개 중 49.6%(2만3020개)는 '신청자 연락 두절'로 점검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금 받은 업체 의도폐업 정황… 市 "공정성·형평성 어긋난 제도 도입한 부작용"

    보조금을 받은 업체가 무상 사후관리 의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폐업한 정황도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태양광업체 14곳을 고발했다.

    서울시 감사위는 "태양광사업은 애초 수익성이 부족했다"며 "특정 협동조합 요구사항을 수용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를 도입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울시 감사에서는 사회주택사업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시는 2015년부터 7년간 2103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말까지 사회주택 7000가구 입주 목표를 세웠으나, 현재 입주할 수 있거나 올해 말까지 입주가 확정된 사회주택은 목표 물량의 24.5%(1712가구)에 그쳤다. 사회주택에 제공한 매입임대주택 865가구를 제외하면 실질적 공급은 847가구에 그친다.

    사회주택 실질적 공급 847호… 노조원에게 유리한 입주자격 제시도

    시는 SH가 주거약자를 위해 사회주택으로 제공한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일부 사회주택사업자가 조합 가입, 회비 납부 등 노조원에게 유리한 입주 자격요건을 제시했다고도 꼬집었다.

    사회주택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관련 협회 이사가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업체의 심사를 맡았던 이해충돌 사례와 사회주택과 사회투자기금 관련 일부 업체가 '셀프 융자'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아울러 박 전 시장이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간 등을 목적으로 만든 '청년활력공간' 12곳 역시 민간위탁기관 선정 절차를 무시하거나 특정 인사가 반복해서 참여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례 등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이번 감사 결과 "관련 사업들이 효율성·공정성·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 통보했다"며 "1개월의 재심의 기간을 거쳐 다음달 중 최종 감사 또는 점검,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