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북방외교 등 40여 국과 외교관계를 임기 중 확충"싱하이밍 중국대사 "노태우 전 대통령은 중국의 오랜 친구"김기춘 "남북관계와 소련·중국과 외교수립 등 많은 업적"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등 외교력 평가…줄 이은 근조 화환
  • ▲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뉴데일리DB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뉴데일리DB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한·소 정상회담 등 탈냉전 시대 속 한국외교에 큰 획을 그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그의 외교적 평가를 반영하듯 굵직한 정치·외교계 인사들이 조문 행렬에 참여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등 외교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노태우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윤여준 전 장관 등도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김석기·김정재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반기문·싱하이밍… 외교계 인사 조문 행렬 

    오전 9시20분쯤 빈소를 찾은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외교관의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을 아주 대폭적으로 확대한 분이 노 전 대통령"이라고 치하한 반 전 총장은 "특히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동구권과의 외교, 북방외교 등 40여 개국과의 외교관계를 임기 중 확충시켰다"고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나 군사반란을 통한 정권 찬탈에 협조한 점, 비자금 조성 문제 등 노 전 대통령의 과(過)에 관한 언급은 피했다. "노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잘못한 면에 대해 용서를 빈다고 했다"고 전제한 반 전 총장은 "가슴이 조금 뭉클했고, 국민들 심금을 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싱 중국대사는 오전 9시50분쯤 조문을 마친 후 "(노 전 대통령은) 중국의 오랜 친구"라며 "중·한 수교, 대만 단교를 결단한 업적은 (한·중) 양국 국민들에게 의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니 결단력·친화력이 있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과오와 관련해서는 "한국에 대해 간섭할 생각은 없고, 중국 수교에 큰 결단을 하셨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와 대화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중이) 수교 초심을 잊지 않고 계속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보다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겠고,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김기춘 "중·소 외교 수립 등 많은 업적"… 정계 '발걸음'
  •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노태우 대통령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노태우 대통령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김기춘 전 실장은 오전 9시30분쯤 조문을 마치고 노 전 대통령의 공(功)을 높게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소위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 정부로 이행할 때 과도기적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셨다"고 치켜세운 김 전 실장은 "남북 기본합의서·한반도비핵화선언 등 남북관계와 소련·중국과의 외교 수립 등 많은 업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과(過)와 관련해서는 "본인도 유언으로 사죄를 했고, 또 자제분도 계속 사죄를 하고 있고 용서를 구한다"며 "국민과 역사가 판단하고 평가해주시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노 전 대통령 사망 관련 견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오늘은 조문만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김현철 이사는 노 전 대통령의 민주화 이행을 높게 평가했다. 김 이사는 "(고인은) 김영삼 대통령과 더불어 정치발전을 위한 민주화의 이행을 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셨다"며 "'87년 체제'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도 (직선제 개헌을 약속하는) 6·29선언의 결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진단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거론하며 "수많은 대통령이 있었지만 북한정책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유일무이하지 않나 판단한다"며 "마지막까지 김일성 전 주석이 그것(동시 가입)을 받아들일까 했는데, 결국 김일성이 설득당해 가입하자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정계 인사들은 물론, 재계·종교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27일 조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에 이어 28일 오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신 회장은 10여 분간 조문한 뒤 조용히 빈소를 빠져나갔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조문 뒤 "(고인은) 한국 역사의 어려운 길목에서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가교 역할을 하셨던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주로 지켰다.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입관식 준비로 분주했다. '6공화국의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도 유족과 함께 조문객을 맞았다.

    1층부터 2층까지… 줄 잇는 근조 화환 풍경

    빈소 내부인 고인의 영정 옆에는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근조 화환이 놓였다. 2층 빈소 앞에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싱하이밍 대사, 김기현·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형오·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의 화환이 자리했고, 1층에도 문승욱 산업부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코오롱 이웅열 명예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의 화환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은 별세한 날(26일)로부터 5일째인 오는 30일까지다. 장례는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러진다. 국가장은 2015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12·12군사반란과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 자격을 박탈당한 만큼, 정부는 관련법 등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을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빈소가 마련된 27일 첫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유승민·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등 여야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조문하지 않고, 대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빈소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