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사전 고지 없이 100% 녹화된 뉴스데스크 5일간 방영"7월 28·29일, 8월 3·4·5일 5일간 '100% 사전 녹화물' 방영왕종명 앵커, 국대 경기 '승리 버전' '패배 버전' 모두 녹화
  • ▲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고 있는 왕종명 앵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고 있는 왕종명 앵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지난달 24~25일 뉴스 프로그램의 70% 이상을 사전 녹화해 방송한 사실로 도마 위에 오른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도쿄올림픽 기간에도 앵커 멘트를 포함해 100% 사전 녹화한 뉴스를 5일간 내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MBC노동조합은 '드러나는 녹화 뉴스데스크… 올림픽 기간 5일 100% 녹화방송'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지난 1개월 동안 평일 뉴스데스크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7월 28·29일, 8월 3·4·5일(올림픽 기간) 5일에 걸쳐 MBC 통합뉴스룸이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을 앵커 멘트를 포함해 100% 녹화해 방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4일 터키와의 배구 4강 결정전과 야구 한일전이 방송되면서 뉴스데스크 방송시간이 밤 10시대로 늦춰지자, 왕종명 뉴스데스크 앵커는 '국가대표 경기에서 이길 경우의 앵커 멘트'와 '질 경우의 앵커 멘트'를 모두 사전 녹화했다.

    또한 한미 야구 준결승전이 열린 지난달 5일에도 국가대표팀이 이길 경우 '톱뉴스'가 달라지므로, 제작진은 톱뉴스를 두 번씩 녹화해 방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길 경우'와 '질 경우' 모두 녹화… 경기 직후 골라서 방송

    이처럼 뉴스데스크 제작진이 경기 승패에 따라 왕 앵커의 '버전'을 골라서 방송했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뉴스데스크가 국민 관심 사안인 올림픽 경기의 소식을 전달하면서 국민과의 생생한 정서적 교감을 시도하지 않고 녹화방송을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MBC노조가 앵커별로 녹화 비율을 분석한 결과, 왕 앵커가 출연한 날의 남자앵커 녹화 비율은 93%로, 김경호 앵커가 출연한 8월 16일부터 20일까지의 녹화 비율(34%)보다 현격히 높았다. 또 이재은 앵커의 녹화 비율(58%, 평일 뉴스데스크 7월 26일~8월 25일 기준)과 비교해도 왕 앵커의 녹화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왕 앵커는 7월 26일, 8월 9일, 8월 23일 사흘을 빼고는 무려 14일을 100% 사전 녹화로 뉴스를 진행했다. 또 왕 앵커가 진행한 앵커 멘트의 절반 가량은 10~15초 분량의 평범한 멘트로, 보통 뉴스앵커들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형식의 앵커 멘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MBC노조에 따르면 당시 왕 앵커는 뉴스가 방영되는 시간에 주로 스튜디오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 앵커의 사전 녹화 앵커 멘트가 많아지면서 편집부의 조연출, PD, 카메라, 작가 등이 저녁 식사시간도 놓친 채 밤 9시가 다 되도록 스튜디오에서 일을 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MBC노조는 "보도국에서 '왕 앵커가 생방송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나태해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23일 태풍 '오마이스'가 제주도에 상륙했을 당시 첫 6개의 생방송 리포트의 앵커 멘트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생방송이 가능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것.

    MBC노조는 "그렇다면 장시간 생방송을 못하는 개인적 사유가 있거나 본인의 나태함 때문에 녹화방송이 진행됐다는 것"이라며 "어떤 이유로도 앵커로서 시청자에게 결례를 범한 것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처럼 뉴스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앵커가 아직 선발 공고도 나오지 않은 워싱턴 특파원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보도국 내부에 퍼져 있다"며 "앵커로 생방송 능력이 부족하다면 미 대선 생방송을 해야 하는 워싱턴 특파원으로도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언론 관계자 "공영방송 MBC가 시청자 상대 사기행각"

    MBC노조 관계자는 "'MBC TV방송운행규정'이 41조와 42조에서 '뉴스를 포함한 모든 생방송 프로그램'이라고 명시하고 있듯이 뉴스는 생방송이라는 전제 하에 방송하는 것"이라며 "'사전 녹화가 무엇이 문제냐'고 말했다는 MBC 정책협력부 관계자의 말을 접하고, 전 세계 모든 뉴스들이 왜 생방송을 하는지, 그 이유까지 설명해줘야 하는 현실이 막막하다"고 개탄했다.

    앞서 MBC 측이 '대부분의 방송 리포트는 사전에 제작한 것을 뉴스 시간에 방영한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MBC노조 관계자는 "리포트를 사전 제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가 있겠느냐"며 "진행자가 사전 녹화된 비디오클립을 생방송으로 소개하면 그것이 생방송이다. 이를 호도하는 것은 타 방송사 뉴스까지 끌고 들어가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100% 녹화 데스크를 다섯 번 방영하면서도 회사는 '녹화방송'임을 시청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아 방송통신심의규정을 어겼다"며 "이러한 녹화방송이 지속됐는데 회사는 반성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시청자를 기만한 뉴스데스크 녹화방송에 대해 보도국장과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 관계자는 "사전에 녹화방송이라는 자막이 나가지 않으면 당연히 시청자들은 해당 리포트와 멘트가 실시간 방영되는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며 "그 어느 언론매체보다 높은 신뢰도와 공공성이 요구되는 MBC가 전국의 시청자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보도·토론·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5일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주자와의 대담 방송 때 '사전 녹화'라는 자막을 잠시 띄웠을 뿐 다른 리포트에는 사전 녹화라는 자막을 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