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표현은 "선거법 위반" 결정… '1합시다' TBS 캠페인은 그냥 넘어가이진석, 백원우, 박형철, 한병도, 장환석 등 '선거 개입 재판' 靑 관계자만 15명 박범계, 전해철 등 여당 의원이 법무부-행안부장관… 그 자체가 중립성 위배文, 가덕도 방문해 "가슴 뛴다" 선거 개입… 김오수 감사위원 요청도 중립 논란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당시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당시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때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나 정부는 철저히 정치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 때 아닌 '발언 자격'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문 대통령을 지척에서 보좌하던 측근이 5명이나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정치중립'을 강조한 것이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재판 받는 인물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15명이다.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의원(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도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다. 모두 여권 인사다.

    부산시장선거 앞두고 가덕도 방문해 "가슴이 뛴다"

    특히 지난 2월25일 4·7 보궐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동남권신공항 후보지였던 부산 가덕도를 전격 방문 "가슴이 뛴다. (가덕신공항을) 반드시 실현시키도록 하자'고 말해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가 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선거 중립'을 강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당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개입을 이유로 탄핵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놓고 법적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당시 법무부차관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오수 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한 것도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으로 평가된다. 최 전 원장은 9개월간 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 최 전 원장은 당시 국회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것이 헌법상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책무"라며 사실상 문 대통령의 제청 요구가 '중립성을 잃었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선관위원 9명 중 7명이 친여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이력이 문제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두고도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조 위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공명선거특보로 민주당 선거백서에 이름이 올랐다.

    선관위 구성을 두고도 중립성 시비가 이어진다. 선관위원 9명 중 7명이 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과 민주당이 추천, 임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선관위원은 대통령 추천 3인, 대법관 추천 3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1인, 여야 합의 1인으로 꾸려진다. 

    조 상임위원 임명 후 선관위는 야권에 불리한 유권해석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1대 총선에서 선관위는 ‘안철수신당’에는 “사전 선거운동 우려”라며 명칭을 불허했고, 비례자유한국당에도 “기존 정당과 헷갈릴 수 있다”며 명칭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는 '서울시장보궐선거 왜 하죠' '내로남불' 등의 표현이 특정 정당의 투표 독려 문구라며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했지만, 파란색과 1번을 강조한 '마포 1번가' 홍보물과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은 문제 삼지 않았다.

    당시 야권에서는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조 상임위원이 헌법의 취지를 훼손하며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다는 비판과 함께 '문관위'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박범계·전해철·이진석 교체해야 '중립'

    국민의힘에서는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을 경질해야 문 대통령의 '대선 중립' 발언에 진정성이 실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직 여당 의원이 법무부와 행안부장관을 맡은 것 자체가 '선거 중립'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 수사권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선거사범' 수사는 그대로 검찰의 몫이고, 박 장관은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검찰 지휘권을 고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전 장관의 경우 선거사무를 총괄하며 경찰을 관할하기 때문에 여당 경선을 포함해 여야가 벌이는 대선 본선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심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지난주 경찰이 3년 전 '성남FC 뇌물' 사건으로 피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소환한 것을 놓고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지사는 경찰의 소환통보와 관련 "경찰의 정치 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 장관이 친문(親 문재인)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전 장관이 여당 경선에 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실장은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다. 국민의힘은 선거법을 어겨 재판 중인 피고인을 지근거리에 둔 문 대통령이 '대선 중립'을 지시한 것 자체가 '중립'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실장) 교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이 실장이 코로나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뻔뻔하기 그지없다. (문 대통령의) '중립' 발언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박범계·전해철 장관, 이진석 실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직설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왕 뱉은 말이라 주워 담기는 어렵겠지만, (중립을) 제대로 지키려면 박범계·전해철 장관은 반드시 교체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 야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중립'을 얘기하면서 이들을 내치지 못한다면 유성룡의 <징비록>처럼 스스로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해 훗날을 도모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공격했다.

    또 다른 야권 인사는 "이 정권에서 '정치적 중립'을 논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탄소중립이나 제대로 하겠느냐"고 비꼬았다.

    이철희 "대통령 끌여들여 정치적 이익 도모 말라"

    이철희 정무수석은 이날 "(야권 정치인이)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거나, 대통령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그런 행동은 방역이나 민생에 집중하려는 대통령의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것이므로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문재인 태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도 없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비판을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문 대통령의 '대선 중립'에 방점을 찍은 발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나 정부는 철저히 정치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 회복 등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 수석은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언급하면서 “청와대도 선거나 정치에 선을 긋고 민생에 집중할 테니 정치권도 도와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수석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뒤 사의를 표명한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사표 수리 여부와 관련해서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공석으로 두기 어려워 사람을 구하는 작업과 같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법을 어긴 참모를  경질하면서도 다른 잣대를 쓰며 '이진석은 내 사람'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