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박형준 靑 오찬… "전직 대통령 사면, 국민 공감대가 우선" 기존 입장 되풀이
  •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현장을 대통령이 한 번만 나가봐 주시면 좋겠다"며 재건축 기준 완화 필요성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재건축이 주변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건축을 막고 있다"며 이같이 건의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안전 진단을 강화했는데, 이게 사실은 재건축 원천봉쇄 효과가 있다"며 "건축된 지 50년이 된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가봤는데, 겉으로는 살 만해 보이는데 집 안에 들어가니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폐허인 상태"라고 우려를 전했다.

    文정부서 올랐는데… "집값 상승 부추길 수 있어"

    이에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 할 수 있다"며 "그럼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인데 이것은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것이 없다"며 "국토부로 하여금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장관의 인터뷰를 보니 민간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더라"고 전제한 문 대통령은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재개발 자체를 못하게 막는 것은 아니고, 시정조치만 담보하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평양 올림픽 포기 이르다"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주최 건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 여부를 보고 판단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오 시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이 호주 브리즈번을 2023년 하계 올림픽 우선협상지로 선정한 것을 언급하며 "포기해야 하는 것이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아직 포기하기에 이르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쿄 올림픽에) 불참한다고 했지만 막판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며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여하면 모멘텀이 생길 수도 있고, 서울-평양 공동 주최 여지가 남아있어 현재로서는 경합 상태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도 "일단 서울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유치가 되면 추후에 평양 공동 주최로 설득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제기했다. 박 시장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저렇게 게셔서 마음이 아프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 큰 통합을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직접 '사면'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사면 이야기를 거론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말에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두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들의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한 원론적 취지를 반복한 것이다.

    "기모란 임명, 전혀 문제 없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임명한 기모란 방역기획관 남편의 '정치편향' 논란과 관련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남편이 야당 국회의원이었는데, 나는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을 신경 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 본부장의 남편은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오찬에 배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야당의 '기 기획관 전문성 부족' 주장과 관련 "아직도 청와대 오면 마치 벼슬 하는 것처럼, 대단한 권력을 가진 것처럼 외부에서 보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기모란은 우리가 설득해 모셔온 분인데 그렇게 비쳐져 안타깝다"며 기 기획관 임명 철회 가능성을 배제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난과 관련, "수급 불안보다 갖고 있는 백신을 적시에 속도감 있게 접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질병청이 명단을 정해서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이라 속도가 잘 안 났는데, 이제는 지자체가 자율성을 갖고 선정하고 방역당국은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