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 고작 2만7000명… 2분기 백신 도입, 아직 일정도 못 세워AZ 수출 잠정중단, 노바백스는 원료 수급 곤란… 文정부 계획 큰 차질한국경제硏 "2/4분기 도입, 3/4분기 일반접종 땐… GDP 최대 -8.3% 하락"
  • ▲ 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쓰일 화이자 백신이 3월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쓰일 화이자 백신이 3월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전 세계가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수급으로 허덕이면서 문재인정부가 늑장대응으로 웃돈을 주고 산 백신이 제때 들여오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확산 중이다. 정부가 자신하던 백신 접종 속도도 늦어지며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따른 우려가 커졌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일 "현재까지 등록된 대상자 비율에 맞게 백신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며 "11월 집단면역이라는 계획대로 예방접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5일 기준 백신 1차 접종자는 96만 명,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은 2만7000여 명이다.

    백신 1차 접종자 96만 명… 얀센·노바백스·모더나 공급 일정 협의 중

    정부는 2분기(4~6월)부터 백신 도입을 늘려 올 상반기 12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확실성을 띠면서 이런 정부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당초 구매하기로 한 백신은 총 7900만 명분이나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백신은 156만1000명분에 불과하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화이자 5만8000명분(2월26일), 아스트라제네카 21만6000명분(4월3일), 개별 계약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78만7000만 명분(2월24~27일), 화이자 50만 명분(3월24, 31일)을 구매했다.

    질병청은 조명희 의원 측에 오는 5월까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83만4000만 명분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개별 계약을 통해 4월 중 50만 명분, 5월 87만5000만 명분, 6월 162만5000만 명분, 5~6월 350만 명분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오겠다던 다른 백신은 도입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질병청은 얀센·노바백스·모더나 백신의 경우 공급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질병청 "백신 공급 불확실성… 공급 일정 구체화되는 대로 공개"

    질병청은 조 의원 측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의 생산·공급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구매계약한 백신의 도입 일정을 보다 앞당길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역량을 동원해 제약사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약사와 공급 일정을 협의 중으로, 일정이 구체화되는 대로 신속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질병청은 또 "2분기 중에는 장애인‧노숙인시설을 포함한 감염취약시설, 65세 이상 고령층, 만성질환자 일부(투석환자·중증호흡기질환), 보건의료인 및 사회필수인력,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일부, 성인 만성질환자, 성인 50~64세,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성인 19~49세 등의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2분기 예방접종 진행 상황과 하반기 백신 공급 상황을 고려해 2분기(6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 ▲ 3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3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있다. ⓒ정상윤 기자
    전문가들은 그러나 앞으로 백신을 구매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았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6일 통화에서 "4일 기준 국내에서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총 96만2083명으로 인구(52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1.85%에 불과하다"며 "향후 정부의 백신 도입 계획조차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1차 백신 완료 96만2000여 명… 접종률 1.85% 불과"

    "아스트라제네카 최대 생산국인 인도 정부가 3월 중순 이후 백신 수출제한을 시행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이 잠정중단됐다"고 소개한 최 교수는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영국의 긴급사용승인은 5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이어 “미국 노바백스사가 코로나 백신의 원료물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연합(EU)과 백신 공급계약을 연기했다. 백신 생산 불확실성이 그래서 여전히 크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종식으로 일상생활이 정상화되는 시점은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때"라며 "우리나라는 '백신접종 후진국' '집단면역 늑장 형성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난했다. "이는 정부가 초기 K-방역을 자랑하다 백신 도입을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한 최 교수는 "집단면역 형성이 늦어져 입게 될 경제적 손실 등을 생각하면 정부가 돈을 얹어주고서라도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경제전문가들도 집단면역 형성이 늦어지면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한국연례협의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3.1%에서 3.6%로 상향했다. IMF는 "주요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투자 증가세 및 추경안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발표된 OECD 전망치 3.3%, 한국은행 3.0%, 기획재정부 3.2% 등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IMF는 다만 "추가 재정확대를 통해 코로나 피해 계층 선별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다시 변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터치연구원 "백신 도입 늦어지면 GDP 1.5% 성장에 그쳐"

    민간경제연구소 파이터치연구원 라정주 원장은 "IMF나 OECD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백신이 제때 들어와 하반기에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며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 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백신 접종이 늦어질수록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계속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 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쓰일 화이자 백신이 3월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쓰일 화이자 백신이 3월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라 원장은 "지금까지 국내 상황을 볼 때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국내 GDP 성장률은 1.5~1.8%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월2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공보에 따르면, 2020년도 실질국내총생산은 1804조350억6000만원이다. IMF 전망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올해 실질국내총생산은 전년보다 64조9452억원 늘어난 1868조9803억원으로 예상된다. 반면 라 원장 예측대로라면 올해 실질국내총생산은 27조605억~32조4726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다. IMF 전망치에서 32조4726억~37조8847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은 더 비관적이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백신 도입이 정부 계획대로 이뤄져 2분기 일반 접종이 실시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IMF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올해 2분기 백신이 도입돼 3분기에 일반 접종이 이뤄진다면 상황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집단면역 형성 실패로 일일 확진자 증가세가 1200명 수준이 된다면 올해 국내 성장률은 0%를 기록할 것"이라며 "확진자가 더 크게 치솟으면 올해 GDP는 지난해 대비 -2.7%에서 -8.3%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올해 실질국내총생산은 1654조3001억~1755조3261억원이 된다. 지난해보다 최대 149조원가량의 GDP가 줄어드는 것이다.

    조 실장은 "IMF가 올해 한국경제가 3.6%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우리 정부 계획대로 백신이 도입돼 집단면역이 형성됐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며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 IMF 전망치 대비 약 65조~214조6801억7214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백신을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들도 백신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라 우리나라 백신 도입 계획은 크게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 국민의 70% 정도가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보는데, 현재로서는 올해 안에 집단면역이 형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우리보다 앞서 백신을 선계약한 나라들도 백신 공급이 늦어져 국내 백신 도입은 이들 국가보다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